은행, 빚더미 서민에 빛줄기 던지다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환승론-저신용자대출 수익까지 내며 순항

연체율 1~2% 불과 “고마워서 더 열심히 갚아”

《“은행이 저희같이 돈도, 배경도 없는 사람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번에 우리은행의 일선 직원들을 만나면서 친절한 모습에 감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은행 환승론을 통해 고금리에서 벗어나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1월 말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채모 씨(45·여)가 보낸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채 씨는 사업자금이 필요해 여러 은행을 방문했지만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자료가 없어 번번이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두 곳의 대부업체에서 연 48%짜리 대출을 받은 채 씨는 높은 이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중 연 13%인 우리은행의 ‘우리환승론’ 대출로 갈아타면서 고금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우리은행 환승론 연체율은 0.48% 불과

그동안 시중은행은 서민으로서는 넘기 힘든 높은 벽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처음에 은행들은 “서민을 지원하라”는 정부의 독려로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과 달리 서민금융의 수익성이 높게 나타나자 자발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연 30∼40%대 고금리 대출을 10%대 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환승론’과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저신용자 대출’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연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취급을 꺼려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이 주로 관련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저신용자 대출을 실시해 본 결과 예상외로 연체율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2월 선보여 지금까지 101억 원을 대출한 환승론의 현재 연체율은 0.48%다.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저신용자 대출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으로 전북은행의 저신용자 대출상품인 ‘서브크레딧론’의 연체율은 2.8%, 농협 ‘새희망대출’은 2.7%, 부산은행 ‘크레딧플러스론’ 1.3%, 하나은행 ‘하나소액대출’ 2.1% 등 모두 1∼2%대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은행들은 저신용자 대출을 실시한 지 1년이 넘었고 대출금리는 최저 연 11%, 최고 19.9% 수준이다. 1∼2%대 연체율은 은행의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0.73%)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대출금리가 저신용자 대출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신용카드 연체율(3.43%)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것이다.

○ ‘악착같이 갚겠다’는 의지 강해

전북은행은 저신용자 대출 잔액이 820억 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이 은행은 대출 신청자의 돈 갚을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출 상담을 일반 대출보다 세밀하게 진행한다. 영세사업자의 경우 은행원이 직접 노점상을 찾아가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살피기도 한다. 전북은행 측은 “캐피털, 대부업체를 이용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 부담을 던 고객들은 낮은 이자에 대한 고마움으로 더욱 성실하게 갚아나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전북은행에서 서브크레딧론으로 300만 원을 빌려 미용실을 차린 이모 씨(29·전북 완산구)는 “이 돈으로 대부업체 빚을 갚아 이자 부담을 줄였다”며 “매달 10만 원씩 적금을 들고 있는데 만기가 오면 적금을 깨서 대출금을 다 갚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출자가 돈을 제대로 갚는 데는 소득이나 부채의 규모와 함께 개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최근 서민 대출을 늘린 은행들은 서민의 원금 및 이자 상환 의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영배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부부장은 “서민 금융상품의 대상자는 주로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지만 상품을 내놓기 전 예상과 달리 연체율이 낮고 상환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서민금융 상품판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성목 서민금융실 부국장은 “이 정도의 연체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은행과 서민이 ‘윈윈’하는 바람직한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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