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그마한 ‘글라스락’이 살렸다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 유리밀폐용기 제작 삼광유리공업

“남들이 사양 산업이라고 하는 유리 회사지만 분명 우리만의 ‘블루오션’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을 꼬박 연구개발(R&D)에 투자하니 길이 보이더군요.”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황도환 삼광유리 사장은 ‘유리 산업의 블루오션’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양 산업에서도 회사가 살아날 방법은 있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는 그 길을 찾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광유리는 흔히 사양 업종으로 치부되는 유리 업계에서 지난 3년간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이뤘다. 유리 식기(食器) 쪽에서는 같은 기간 성장률이 49%에 이른다. 삼광유리의 약진은 단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때, 유리밀폐용기인 ‘글라스락’을 누구보다도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다.

○ 글라스락, 침몰하는 회사를 살리다

산업용 유리병이나 캔을 만드는 삼광유리공업은 회사 이름보다 제품명으로 더 잘 알려진 회사다. 삼광유리라는 회사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글라스락’이라는 제품명에는 “아아, 그 회사”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글라스락은 2006년 홈쇼핑 채널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판매됐다. 출시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 밀폐형 유리식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중국산(産) 모방 제품을 제외하면 아직 제대로 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는 내열성(耐熱性)이 약해 냉동실이나 전자레인지에 넣는 밀폐용기로 만들기 힘들다. 삼광유리는 관련 연구 개발에 매진해 120도에서 영하 20도까지 견딜 수 있는 유리 용기를 만들어 밀폐용기 시장에 진출했다. 황 사장은 “유리병 시장에서 워낙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우리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겠다고 결심했다”며 “2001년부터 4년을 내열 강화 유리 개발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출시된 글라스락은 국내 홈쇼핑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주부들이 기존에 반찬통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비슷한 디자인에 설거지가 쉬운 유리 재질이라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첫 출시 후 87억 원이었던 글라스락 매출은 2007년 300억 원, 2008년 446억 원으로 매년 크게 성장했다. 올해는 글라스락 단일 제품으로 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삼광유리의 목표다.

글라스락이 성장하면서 회사도 같이 성장했다. 글라스락 출시 직전인 2005년 삼광유리는 매출액 1542억 원으로 ―8% 성장을 거뒀다. 그 전해에도 성장률은 3%에 그쳤다. 서서히 가라앉던 회사가 제품 하나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 수출로 제2의 부흥 이룰 것

올해 삼광유리는 글라스락의 해외 수출 신장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신흥경제국보다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2008년부터 미국을 주 수출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친환경 제품인 유리의 장점을 내세워 선진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중동이나 남미 지역으로도 수출국을 늘리고 있다. 삼광유리는 이를 통해 지난해 1200만 달러의 수출액을 올해 2500만 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광유리 제품 수출은 아직도 세계 곳곳을 ‘발로 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사 직원이 해외 식품전시회에 제품을 들고 납품하거나, 해외 홈쇼핑 관계자를 만나 직접 ‘부딪히며’ 수출액을 차근차근 늘린다. 황 사장도 지난해 취임 후 1년 동안 5개 나라를 직접 방문했다.

황 사장은 “삼광유리와 같은 작은 회사는 해외 바이어와 직접 만나 제품의 장점을 설명할 때만 수출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수출 확대로 올해를 삼광유리 제2의 부흥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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