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서 많이 이탈되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수렴하는 과정에서는 늘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누구나 똑같이 접하는 변화의 과정에서는 먼저 기회를 잡는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최근 이와 같은 기회가 자주 엿보인다. 어느 정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오면서 투자처를 찾아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시장에 자금이 몰린다는 뉴스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특화상품에 거액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불과 몇 개월 전의 꽁꽁 얼어있던 시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외화표시 채권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채권보다는 외화표시 채권 금리가 더 높아 차익거래가 가능해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 같은 리스크 발생 요인이 적어지면서 외화표시 채권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또 외화가 개입되다 보니 환헤지 비용이 발생하게 돼 국내 채권과 수익률 면에서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원자재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최근에는 50달러 근처까지 상승했다. 당시 유가 고공 행진 시 중동국가들은 고유가 혜택을 보기 위해 원유 생산을 많이 늘렸다. 지상은 물론 해저까지 탐사 및 시추활동을 벌였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1년도 안 돼 당시 추진했던 사업의 대부분이 정지되거나 무산됐다. 따라서 당분간은 공급이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회복세와 달러화의 약세 움직임이 재개되면서 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는 있으나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팽창과 저금리의 기조가 맞물리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원자재와 소비재로 몰려들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부쩍 증대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요즘 자산가들의 중소형상가, 임대형 다세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아파트 등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고점을 형성했다는 인식과 일관되지 못한 정부정책 등으로 과거에 비해 투자 메리트가 확실히 적어졌다는 판단 때문에 상가나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에 대해서는 투자보다는 주거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안정적인 임대수입과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 부동산으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같은 임대형 부동산이더라도 지역별 편차는 큰 편이다. 강남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면서 주거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등 새로운 역세권이 형성되면서 직주근접형 시설에 대한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적은 지역의 선호도가 높아지게 된다. 대형 건물과 빌딩시설이 늘어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 사람들을 소화할 수 있는 학원, 식당, 유흥업소, 편의시설 등 각종 서비스시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자산가들은 저금리로 인한 낮아진 이자수익에 실망해 안정된 수요층을 기반으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센터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