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현대차가…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1분기 판매 28.6% 감소 영업이익은 71.1%나 격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 기록

2분기이후엔 실적개선 기대

주가는 오히려 올라

《현대자동차의 2009년도 1분기(1∼3월) 경영 실적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3일 기업설명회를 갖고 올해 1분기에 31만6366대를 판매해 매출 6조320억 원, 영업이익 1538억 원, 당기순이익 2250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판매대수는 28.6%, 매출액은 26.4%, 영업이익은 71.1% 감소했다. 이는 현대차가 1분기 영업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의 감소폭이다. 정태환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선진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도 과거와 달리 성장이 둔화돼 판매실적이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 수요감소에 마케팅 비용 증가

현대차는 원화 약세라는 우호적인 수출 조건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의 1분기 총 판매대수는 내수 12만9252대, 수출 18만7114대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8.4%, 34.4% 감소했다. 이 같은 판매 급감으로 매출액이 26.4% 감소한 6조320억 원에 그쳤다. 이는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판매실적 감소폭의 3배에 이르는 71.1%나 된다. 1분기 영업이익 1538억 원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차의 판매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1분기 내수 판매 현황을 보면 ‘클릭’과 ‘아반떼’ 등 소형차의 판매 감소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대형차종인 ‘제네시스’는 31.4%, ‘베라크루즈’는 41.2% 판매가 떨어졌다.

여기에다 해외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 1분기보다 2배 정도 늘린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해외시장 개척비용만 1200억 원을 추가로 늘렸다. 박동욱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은 “환율 조건이 우호적인 현 상황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한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특히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부진을 틈타 미국 시장에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슈퍼볼 결승전 중계 때 5편의 광고를 내보낸 데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도 후원했다. 또 실직할 경우 할부금을 대납해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파격 마케팅도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평균 2.7%에서 올해 1분기는 4.3%로 확대됐지만 이는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 생산 시스템의 유연성 부족도 영업 손실을 부채질했다. 수요 급감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지만 유연성 부족으로 비용은 고정적으로 지출됐다.

○ “실적 개선될것”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

이 같은 큰 폭의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주가는 이날 3.2% 오르는 등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2분기 이후 현대차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날 북미시장 점유율을 5%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부사장은 “GM이나 크라이슬러의 고객 중 30%가량은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들 고객을 어떻게 현대차로 유인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신차 구입 시 세금 혜택을 주는 자동차산업 지원책이 내수 판매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수영 현대차 IR팀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자동차산업 지원책이 실시되는 국가에서 작년 대비 판매 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원책이 시행되는 다음 달부터 실적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하반기 ‘아반떼 하이브리드’ 판매를 시작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해 판매 확대를 꾀하는 한편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인지도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현대차가 환율 효과를 많이 보고 있지만 환율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현대차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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