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삼겹살보다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홍권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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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에 중산층이 부쩍 얇아졌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소득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 가구 비중이 2005년 57.5%에서 작년 49.9%로 7.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저소득층은 4.9%포인트, 고소득층은 2.7%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중산층 이탈자 100명 중 36명은 고소득층으로 발돋움했지만 이보다 많은 64명은 저소득층으로 추락한 셈입니다.
중산층의 약화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보듯이 보통의 중산층은 당장 현금화할 자산은 많지 않고 일해서 버는 소득에 주로 의존합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의 좋은 일자리는 많이 사라졌고 그 대신 생겨난 서비스업 일자리는 소득은 낮고 고용의 질도 나빠 중산층을 두텁게 하지 못했습니다.
중산층이 실직하면 곧바로 저소득층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어엿한 직업을 가진 중산층이 금융위기 이후 실직 석 달 만에 노숙자가 됐다는 이야기가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실업자 100만 명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가계는 내 집 마련하랴, 아이들 사교육비 대랴, 바쁘기만 합니다. 소득이 부족하면 빚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죠. 2005년엔 빚이 개인가처분가능소득의 104%였는데 2008년엔 120%까지 높아졌습니다. 돈을 계속 벌지 못하면 곧바로 가계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슬아슬한 중산층이 많아진 것입니다.
중산층이 얇아지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사회 안전판이 부실해져 계층갈등이 심해지고 사회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산층이 약화돼 소비가 감소하면 내수붕괴, 경기회복 지연, 수출의존도 심화로 이어져 우리 경제가 외부 경제충격에 더 민감해집니다. 저소득층은 높아진 사교육비를 부담하지 못하므로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악순환을 우려해 '휴먼뉴딜'을 통해 중산층을 키우는 전략을 마련했지만 실행 프로그램들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값이 비싸진 삼겹살의 두께가 얇아지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산층의 약화와 붕괴를 막는데 정책의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