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급락기에 잔뜩 공포에 질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제도권 증시 뿐 아니라 장외 주식시장이나 회사채, 리스크가 큰 큰 파생상품 시장에도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증시 상승기를 맞아 개미들이 금융위기 이전에나 볼 수 있었던 투자패턴으로 복귀하는 조짐이다.
●상장 대박 노린 장외주식 쟁탈전
장외주식이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이다. 따라서 주식을 사고팔려면 당사자들끼리 직접 접촉해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이처럼 위험이 큰 시장에도 개인들이 뛰어드는 것은 장외시장에 있다가 상장되면서 '대박'이 나는 사례가 최근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상장한 네오피델리티는 장외에선 공모가(4500원)보다 약간 비싼 6000원대에 거래됐지만 상장 뒤 연일 상한가를 치며 약 보름 만에 3만5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장외주식정보 제공업체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상장 직후 대박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의 문의가 연초와 비교해 3~4배 늘었다"며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일부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문사까지 시세를 문의할 정도"라고 전했다. 장외주식 중개업체인인 38커뮤니케이션의 기업공개(IPO)담당 박정임 씨는 "상장 직후 폭등을 기대하고 주식을 팔지 않는 투자자가 많아, 새로 사고 싶어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리스크는 항상 생각해야
대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최근 기아차가 발행한 BW는 워런트(주식 인수권) 행사가격이 6880원인데 반해 24일 종가는 1만250원이나 된다. 워런트를 떼어 내 당장 사고팔아도 4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면서 기아차 코오롱 아시아나항공 3개사가 발행한 BW에만 약 2조 원이 넘는 개인 청약자금이 몰렸다. 반등장이 이어지면서 주식워런트증권(ELW)도 거래가 활발해졌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달 614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이달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ELW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도 개인이 전체 거래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의 이면에는 수익률만큼 높은 위험(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다. 장외주식의 경우 상승장에서는 주가에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금융당국이 공인한 시장이 아니다보니 돈을 떼이는 등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ELW도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BW는 경쟁률이 워낙 높아 개인들의 청약 자체가 쉽지 않다. KB투자증권 변준호 파트장은 "최근 상장만 하면 '무조건 상한가'라는 학습효과가 생겼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장 환경이 급반전하면 기업 가치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새내기주의 주가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