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 부양책안에 들어간 요소들에 대해 견해차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IIE) 제프리 쇼츠 선임연구원(사진)은 26일 “미국과 세계 경제의 사활이 걸린 경제위기 속에서 철저하게 시장에만 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첫 100일간 취한 경제정책은 이론의 여지없이 올바른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취임 후 100일 동안 미국 경제는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나.
“현재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정책을 내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구제금융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권 안정책과 신용위기 극복, 공격적 예산편성을 통한 수요자극 등의 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최종 판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업률 등 경제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
“실업률은 일반적으로 경기회복 속도보다 늦는 경기 후행지표다. 기업은 경제가 나아진 뒤 구체적 수익이 발생한 뒤라야 고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실업률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 회복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세계 경제가 내년 초 회복을 시작한 뒤 2010년 말경 정상화될 것이라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경제계의 대체적 견해다. 미국 경제 역시 세계 경제 회복과 같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2009년 1분기는 최근 수십 년 내 미국 경제에서 최저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한 경제회복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진전의 가능성이 열렸다. 20개국이 똑같이 공동성명에 나오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함께 조율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결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적인 시행시기를 예상한다면….
“한미 양국의 경제위기 탓에 2009년 안에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비준은 필요하다. 한반도의 안보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FTA 진전은 필수적이다. 동맹 강화는 물론이고 양국 국익을 증진시켜 줄 요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6월 한미정상회담이 자동차 문제 등의 해법을 찾고 의회의 비준을 촉진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