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이를 토대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줄어들게 됐다. 특히 고가(高價) 주택이 많아 그동안 종부세 부담이 컸던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 있는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강남 3구의 주요 아파트는 보유세가 최대 68%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재산세율과 종부세율이 내렸고 종부세 과표 적용률도 지난해와 같은 공시가격의 80%로 유지돼 국민의 세 부담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공시가격 하락으로 종부세 대상 감소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두 세금에 따라붙는 부가세로 구성되기 때문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지가 보유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종부세 부과 대상(1가구 1주택자 기준)이 지난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에서 올해는 사실상 9억 원 초과로 완화돼 종부세를 내야 하는 주택이 크게 줄었다. 이런 제도 개선 덕분에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세 부담이 줄어드는 주택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2800만 원이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이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m²(전용면적 기준)는 올해 공시가격이 7억2000만 원으로 내렸다. 지난해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면 올해도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올해 기준이 완화돼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607만 원에서 올해는 196만 원으로 67.7%나 줄었다. 공시가격이 8억8800만 원에서 7억4000만 원으로 내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101.1m²도 비슷한 혜택을 보게 된다. 이 아파트의 보유세는 지난해 516만 원에서 204만 원으로 60.5% 감소한다.
○ 집값 많이 내린 ‘버블세븐’ 보유세 급감
지난해 9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5∼2006년 수도권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3구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강남 3구와 경기 과천시 등의 올해 주택공시가격은 10∼20%대의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버블세븐 지역에 있는 주택 소유자들은 올해 보유세 부담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신촌마을 포스홈타운1단지 133.7m²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300만 원에서 올해 4억7700만 원으로 20.9%나 하락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219만 원에서 107만 원으로 51.1% 급감했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4단지 73.6m²도 공시가격이 19.3% 내리면서 보유세가 50.7% 줄었다. 세무법인 다산의 주용철 세무사는 “이 아파트들의 보유세가 줄어든 것은 공시가격이 크게 내린 데다 재산세율이 지난해 0.15∼0.5%에서 올해 0.1∼0.4%로 인하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종부세율을 인하하고 고가 아파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세 부담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273.6m²는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2.1% 내린 49억3600만 원으로 정해졌다. 공시가격이 약간 내렸지만 9억 원을 넘기 때문에 종부세를 내야 한다. 그렇지만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8525만 원에서 올해 3707만 원으로 56.5%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재산세율 인하에다 종부세율이 기존 1∼3%에서 올해부터 0.5∼2%로 낮아진 점, 종부세를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부과 기준이 완화된 점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 재산세만 내는 주택도 세 부담 감소
재산세만 부과되는 주택의 세 부담도 줄어든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단지 65.3m²는 공시가격이 4억6400만 원에서 3억6600만 원으로 떨어지면서 재산세와 부가세를 합한 보유세가 160만 원에서 77만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마을 현대아파트 84.8m²는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5.6% 내린 결과 보유세가 111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감소했다.
공시가격이 소폭 올라도 보유세 부담은 줄어드는 곳도 많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59m²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7200만 원에서 1억7600만 원으로 2.3% 상승했지만 보유세 부담은 41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24.4% 감소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상당수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떨어져도 실제로 과세되는 세금은 지난해보다 5% 범위 안에서 오를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재산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적용률이 공시가격의 50%였지만 올해는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이 공시가격의 60%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