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45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의 재무구조를 평가한 결과 14곳 안팎의 기업집단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5개 기업집단의 재무 상태를 분석한 결과 14곳 안팎의 기업집단이 합격 기준점에 미달한 것으로 판정하고 최종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1, 2개 기업집단에 대한 불합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불합격으로 분류된 그룹들은 대체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비율이 현저하게 낮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채권단은 30일까지 재무구조 평가를 확정한 뒤 다음 달에 일부 기업집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불합격 점수를 받은 기업집단이라도 업종 특성이나 환율 상승, 유가 급락 같은 일시적 변수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곳이라면 별도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지 않기로 했다. 재무구조개선은 기업의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외환위기 때처럼 대형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합격 판정을 받은 기업집단이라도 과도한 인수합병(M&A) 등으로 유동성이 좋지 않은 곳은 약정체결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10곳 안팎의 기업집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약정을 맺은 기업집단은 현금 확보를 위해 일부 계열사와 보유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3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 현황과 향후 일정을 점검하고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