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수계획 물거품 될 듯
오비맥주가 미국 사모(私募)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비맥주 인수자로 KKR가 최종 결정됐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KKR는 오비맥주 대주주인 벨기에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와 18억 달러(약 2조3220억 원)에 오비맥주를 사기로 합의했다.
오비맥주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재 AB인베브와 KKR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오비맥주에 대한 KKR의 실사 후 추가 협상을 거쳐 본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오비맥주 임직원들의 고용과 노동3권이 보장되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KKR는 599억 달러(지난해 6월 말 기준)의 투자약정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PEF로 JP모간, HSBC 등 신용도가 높은 금융회사들이 자금의 원천으로 알려졌다. 본계약이 성사되면 1998년 오비맥주를 1조3000억 원(추정가)에 인수한 AB인베브는 1조 원 정도의 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2위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KKR에 넘어가면 총 3조5574억 원(지난해 총매출액 기준) 규모의 국내 맥주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매각을 전제로 기업을 인수하는 PEF 특성상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오비맥주 인수에 뛰어들었던 롯데그룹이 오비맥주를 인수했다면 국내 맥주 시장 1위인 하이트맥주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KKR는 공격적 영업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 1월 두산주류BG를 인수한 뒤 오비맥주까지 넘봤던 롯데그룹은 인수 실패 시 맥주공장 신설계획도 밝혔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맥주공장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공사기간도 3년 이상 걸려 제약 요건이 많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