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의 CEO=스피드 경영… P I 마케팅 뜬다

  •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월 9일 태릉선수촌을 찾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과 공을 주고받고 있다. 그의 선수복 번호 22번은 SK의 행복 경영을 상징한다. 행복의 한자 획수가 22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SK그룹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월 9일 태릉선수촌을 찾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과 공을 주고받고 있다. 그의 선수복 번호 22번은 SK의 행복 경영을 상징한다. 행복의 한자 획수가 22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SK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선수 격려 경기장 찾은 CEO

스포츠 감동 겹쳐져 홍보효과

그룹 경영철학 간접마케팅

이달 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전주 KCC 농구 선수들은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정몽진 KCC 회장을 헹가래쳤다. 선수들의 손에 몸을 맡긴 정 회장은 만세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농구→KCC→정몽진’이란 이미지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농구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연결된다. 그는 평소 “경기 진행 속도가 아주 빠른 농구는 빨리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운영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정 회장처럼 스포츠의 감동이 최고경영자(CEO)의 좋은 이미지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론 의도적인, 때론 예상 밖의 ‘최고경영자 이미지 마케팅(PI·President Identity)’이 스포츠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그의 모습은 ‘당연히’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삼성그룹 측은 “이 전무가 경기장에 오는 걸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도 “아들이 ‘농구 보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잡은 일정”이라고 전했다. 의도된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농구 경기를 보는 아빠’의 이미지는 최근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은 이 전무에게 긍정적 효과를 줬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이 전무는 이날 라커룸을 찾아가 삼성 선수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성공적인 ‘스포츠 PI’를 보여주는 대표적 CEO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지난해 10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최 회장은 VIP석을 떠나 3루 측 일반석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SK 와이번스를 목청껏 응원했다. ‘한대(寒帶)볼’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SK그룹 차원에서 후원하더니 최 회장은 결국 대한핸드볼협회장까지 맡았다. SK의 한 임원은 “투지의 한국 핸드볼은 상대적으로 젊은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의 도전정신과 맞닿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CEO 개인을 넘어 그룹 전체 이미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을 4차례나 지내 ‘양궁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그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현 양궁협회장이다. 재계에서는 “부자(父子)가 꾸준히 강조해온 양궁의 과학화는 현대·기아차의 기술 중시 경영과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1년까지 한화를 글로벌 초강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 2011’ 전략을 올해 2월부터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 ‘위대한 도전’이 큰 화제가 된 것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감독인 김인식 야구 국가대표 감독 덕분이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해 국민적 화두가 된 것이다. 김 감독은 나중에 “엉겁결에 나온 말”이라고 했지만 한화그룹과 김 회장이 얻은 유무형의 효과는 막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츠의 힘이 그만큼 경영 현장에서도 막강하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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