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간부에 잇달아 낙점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 루이스 플라타 콜롬비아 무역장관이 왔다. 그는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게리 로크 상공장관과 만나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막바지 논의를 했다.
앞서 지난달 말엔 커크 대표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을 찾아갔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FTA 비준의 걸림돌이었던 콜롬비아 노동인권 문제가 상당히 진전을 보았다는 말을 계속 흘리고 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원내대표도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동의안을 빨리 처리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유산(遺産)으로 남긴 3건의 미(未)비준 FTA 가운데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미 FTA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워싱턴 통상 소식통들은 4일 “최근 확정된 USTR의 한미 FTA 관련 지휘라인이 우려스럽게 짜였다”고 말했다. 우선 USTR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3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법률고문(General Council·조직 내에서 최종 법률 판단 권한을 가진 최고 변호사)에 팀 리프 하원 무역소위원회 대표보좌관이 부임했다. 무역소위 위원장은 미시간 출신으로 미 자동차 산업의 대변자이며 대표적인 한미 FTA 반대론자인 샌더 레빈 의원이다.
무역소위의 상위(上位) 위원회이며 FTA 담당 위원회인 세입위의 찰스 랭걸 위원장 역시 자동차 문제 해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공언해왔다. 한 소식통은 “리프 씨는 랭걸, 레빈 두 의원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특히 한미 간 자동차 무역역조에 매우 강경한 부정적 느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랭걸, 레빈 두 의원은 지난해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교역상대국들의 불공정 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적극적으로 제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당시에도 리프 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USTR의 부대표 3명 가운데 한미 FTA를 담당할 아시아 담당 부대표에는 드미트리어스 머랜티스 씨(41)가 내정돼 상원 인준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대한(對韓)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의 선봉장인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핵심 측근 출신이다. 2004년부터 재무위 무역담당 전문위원으로 보커스 의원을 보좌해왔다. 그는 지난주 인준청문회에서도 “쇠고기 관련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 머랜티스 두 사람 모두 프린스턴대 학부를 나온 변호사다.
한 소식통은 “각각 상하원에서 한미 FTA 반대에 앞장서온 의원들을 보좌해온 사람들이 한미 FTA 처리의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단 무역정책을 다루는 자리에 왔으므로 ‘자유무역’이라는 대통령의 정책기본 방향을 따르겠지만 자동차, 쇠고기 문제에 대한 강한 주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 소식통은 “미-파나마 FTA는 연내 비준이 확실시되는 상태고, 콜롬비아 FTA도 청신호가 켜졌지만 한미 FTA는 연내에 자동차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내년은 미국 중간선거 등이 겹쳐 2011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