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한 달여 동안 현장을 돌며 지역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중소 기업인과 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3월 25일 취임 이후 ‘어깨동무 리더십’을 내걸고 기업과 재래시장 등 현장을 누비고 있는 하춘수 대구은행장(56)은 6일 집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나눔과 소통’의 실천.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인 ㈜화신테크를 찾은 그는 회사 경영진에게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운영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즉석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0일 그는 경북 포항의 죽도시장을 찾아가 영세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일부 상인의 건의를 받아들여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그는 “매달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죽도시장을 찾아 수산물도 구입하고 횟집도 이용할 것”이라고 말해 상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곳에서 만난 50대 상인의 딸이 곧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 날 대구은행 명의의 축하 화환을 보내도록 했다. 그는 “여신 담당직원들과 함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역의 기업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는데 기업인 등의 목소리를 여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평소 주창해 온 어깨동무 리더십에 따른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나눔과 소통 경영을 통해 지역사회와 동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임식 다음 날에는 대구 중구 남산동의 무료 급식소인 자비의 집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어 대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아가 실물경제에 대한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 했다. 저소득자 대출금리 인하,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대출 실시, 희망나눔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 가동 등의 조치를 내놨다. 취임 후 대구은행 임원진과 시내 한 식당에서 ‘소주 워크숍’을 열기도 한 그는 임원 임금 15% 자진 반납 등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 노사공동 선언도 이끌어 냈다.
“기업 경영에서 직원, 즉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죠. 고객은 물론 영업현장을 뛰는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영업부서 직원은 물론 경비원들과도 식사 기회를 갖는 등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지역주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친근감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는 경북 김천의 성의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대구은행 수습행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영업부장, 부행장 등을 거쳤다. 하 행장은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일선 지점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이익을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는 사업에도 힘을 쏟아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