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B 틈새시장 찾기 잰걸음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기존 문어발식 사업 탈피

中企펀드-고수익 회사채 투자

‘리먼 쇼크’ 딛고 새시장 개척

굿모닝신한증권 IB총괄사업부의 해외 IPO팀 사무실은 비어있을 때가 많다. 팀원 7명이 연일 중국 출장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기업 ‘중국식품포장’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중국 기업 두 곳을 추가로 상장할 예정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이 투자은행(IB)사업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중국 기업공개(IPO)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부동산 투자 등 지난해 주력했던 IB사업이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기업의 IPO 시장은 남는 게 없는 ‘레드 오션(Red Ocean)’이 됐다. 지난해 증시 폭락으로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이 줄어든 데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수료가 대폭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상장 규정이 까다로운 중국 증시 대신 국내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는 중국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계천 IB총괄사업본부장은 “중국 기업 IPO로 받는 수수료가 같은 규모의 국내 기업을 상장시킬 때와 비교해 많게는 3, 4배 수준에 이른다”며 “중국인 전문 인력을 활용해 중국 IPO사업을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각자 장기를 가진 분야에 특화

지난해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IB 사업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IB의 ‘롤 모델’이었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면서 국내 IB사업 전반이 위축됐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IB 출범 초기 내걸었던 백화점식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각 회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삼성증권 홀세일총괄의 김범성 파트장은 “여전히 고객들은 외국계 IB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IB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강점이 있는 시장을 선점해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회사채 발행, 인수로만 230억 원을 벌어들인 우리투자증권은 낮은 등급의 회사채 발행에 눈을 돌렸다. 그동안 회사채발행 시장에서 BBB급은 A급에 비해 수요가 적었지만 이 회사는 최근 낮은 등급의 고수익 회사채 수요가 시장에서 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 BBB―급 코오롱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BW 발행에 기관투자가 자금 880억 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금 800억 원이 몰려 ‘대박’을 터뜨렸다.

중소기업 분야에 강점을 가진 IBK투자증권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중소기업 전용 메자닌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IBK증권 IB사업부 이형승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기업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중견기업에 투자하는 500억 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를 설립해 6월 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자닌 펀드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후순위채권,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우량 중소기업의 CB나 BW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

○ 백화점식 사업모델 벗어나야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외국계 IB와 달리 국내 증권사는 대형사라도 IB 분야에서 자랑할 만한 특화된 분야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IB사업을 추진하려면 규모가 작은 국내 증권사들은 백화점식 사업모델을 탈피해 특정 분야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대형 IB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가 벤치마킹할 만한 회사로 골드만삭스 대신 미국의 중형 IB ‘제프리즈’를 꼽기도 했다. 제프리즈는 중소기업이나 에너지, 기술 산업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IB다.

최근 증시 상승세를 국내 증권사들이 IB사업을 재정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는 수익 확보에 급급했지만 최근 위탁매매 수익이 다시 늘었다”며 “이번 기회에 IB사업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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