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우리은행을 마지막으로 올해 1분기(1∼3월) 주요 시중은행의 실적발표가 끝났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빅4’ 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95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6816억 원)보다 94.3% 급감했다.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안고 있는 잠재적인 부실자산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인 수익성, 건전성 지표도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다.
○ 충당금으로 희비(喜悲) 엇갈려
은행들의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든 가장 큰 요인은 대손충당금이다. 대손충당금은 미래의 손실을 예상하고 은행 내부에 미리 쌓아놓는 돈이다. 은행들은 올해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에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고 있다.
올해 1분기에 3045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하나은행은 △태산LCD와 관련한 손실 1936억 원 △메릴린치 투자손실 705억 원 △명예퇴직금 지급 689억 원 등의 일회성 요인을 포함해 충당금으로 5405억 원을 쌓으면서 적자폭이 커졌다.
신한은행도 1분기에 충당금으로 4260억 원을 쌓으면서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80.7% 줄어든 737억 원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다른 은행의 절반 수준인 442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가 올해 한발 늦게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에 선제적으로 1조500억 원의 충당금을 쌓은 국민은행은 1분기 충당금 규모가 6200억 원으로 줄어 159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4분기에 9528억 원을 쌓은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에는 167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 충당금 어디에 쌓았나
대손충당금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들이 어느 부분에서 부실이 발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1, 2차 건설사 및 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으로 2100억 원, 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으로 131억 원을 쌓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연체율이 3%대로 치솟은 건설업 및 부동산 관련 중소기업에 대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며 “심사역들이 업체에 대해 재무평가를 한 자료를 토대로 적게는 여신의 7%, 많게는 50%가량 충당금으로 적립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4260억 원의 대손충당금 중 3920억 원(91.5%)을 기업대출 부문에 쌓았다. 2008년 1분기 510억 원에 불과했던 기업 여신 관련 대손충당금은 1년 만에 8배 수준으로 뛰었다. 진세조선 녹봉조선 등 조선업종 관련 1366억 원을 포함해 1차 구조조정 업종에 2064억 원, 2차 구조조정 업종에 189억 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469억 원을 쌓았다.
국민은행은 6200억 원의 대손충당금 중 기업 4340억 원(70%), 가계 960억 원(15.5%), 신용카드 900억 원(14.5%)을 쌓았다. 작년 4분기에 건설, 조선업종에 집중적으로 4209억 원을 쌓은 데 비해 이번에는 전 업종에 걸쳐 전반적으로 적립했다.
전문가들은 대손충당금적립률(Coverage Ratio)로 은행들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는지 평가한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문제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문제가 있는 여신에 대해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분기 각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국민 128.4% △신한 123% △우리 110.6% △하나 100.07%다. 미래에셋증권 이창욱 연구원은 “국민과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다”며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2분기에도 1분기보다 더 큰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수익성, 건전성 지표 빨간불
대표적인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 추세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해 은행이 대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07년 2.44%에서 2008년 2.31%, 올해 1분기 1.91%로 떨어졌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1분기 2.27%에서 올해 1분기 1.60%,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18%에서 1.66%로 하락했다.
반면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국민은행은 작년 1분기 0.65%에서 올해 1분기 1.05%로,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0.58%에서 1.30%로 각각 0.40%포인트 0.72%포인트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순이자마진은 앞으로 은행의 조달금리가 내려가면서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의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신속히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