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포트]車도 깔끔한 식사를 하고 싶다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SK에너지 ‘엔크린’의 마케팅 철학

‘도움주는 휘발유’ 이미지 심어
11년째 업계 브랜드파워 1위
‘캐쉬백’ 서비스도 시장서 히트

‘11년 연속 1위 브랜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브랜드가 계속 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1999년부터 전국 남녀 1만 명을 면접 설문해 발표하고 있는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조사(K-BPI)’ 결과에서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아∼’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유명한 것들이다. 새우깡, 신라면, 국제전화 001, 박카스…. 그중 휘발유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SK에너지의 ‘엔크린’이다.

○ 브랜드 출시는 오히려 늦었던 SK에너지

사실 엔크린은 정유업계에서는 뒤늦게 탄생한 휘발유 브랜드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휘발유에 브랜드를 붙인다는 것은 정유회사에나 소비자에게나 낯선 개념이었다. 이때는 ‘어차피 중동에서 들여오는 기름, 어느 회사 주유소에서 넣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팽배했다. 정유회사들은 주유소를 누가 선점하느냐를 놓고 싸웠으며, 소비자들은 가까이 있는 주유소, 그중에서도 이왕이면 가격이 싼 주유소에서 기름을 샀다.

하지만 에쓰오일(당시 쌍용정유)이 1994년 옥탄가가 높은 고품질 휘발유를 내놓고 이른바 ‘옥탄가 논쟁’에 불을 붙이면서 시장 환경이 크게 변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휘발유에도 품질이 있다’는 생각이 퍼지자 정유업계에 불꽃 튀는 브랜드 경쟁이 시작됐다.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는 1994년 주유소 브랜드 ‘오일뱅크’를 만들었다. 휘발유 브랜드를 먼저 내놓은 것은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였다. 1995년 1월 GS칼텍스의 ‘테크론’이 나오고 10월에 SK에너지(당시 유공)의 ‘엔크린’이 나왔다. 순서만 놓고 보자면 품질 경쟁 개념을 도입한 것은 에쓰오일, 주유소 브랜드를 먼저 내놓은 것은 현대오일뱅크, 휘발유 브랜드를 처음 만든 것은 GS칼텍스인데 최종 승자는 SK에너지가 된 셈이다.

엔크린(Enclean)이라는 이름은 ‘깨끗한 엔진(Engine Clean)’, ‘깨끗한 환경(Environment Clean)’, ‘깨끗한 에너지(Energy Clean)’란 의미를 담아 지었다. 첨단 청정제가 들어 있어 엔진 내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하고, 연소할 때 공해 물질이 적게 나와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는 등의 품질 속성을 나타낸다.

○ 소비자 심리 간파한 광고로 전세 역전

SK에너지 관계자는 “초창기 내부에서는 뒤늦게 브랜드를 내놓았다는 점 때문에 우려도 작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엔크린은 GS칼텍스 테크론보다 9개월이나 시장 출시가 늦었던 데다 ‘테크론’과 ‘엔크린’은 어감까지 비슷해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었던 것. 휘발유라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처럼 특징을 파악하거나 품질의 차이점을 쉽게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이때 전세(戰勢)를 뒤집은 게 ‘광고’였다. SK에너지는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인 박중훈과 이경영을 기용해 ‘새 차니까, 헌 차니까, 내 차니까’란 광고 카피로 유명한 시리즈 광고를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광고에서 박중훈은 엔크린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새 차니까”라고 말하며 신차 소유주를 ‘은근히 협박’한다. 반면 이경영은 “헌 차니까”, “내 차니까” 엔크린을 넣어야 한다면서 다른 기업의 주유소를 지나친다. 자동차 소유주라면 누구나 자기 차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소비자들의 핵심 심리를 잘 간파해 만든 광고였다.

대중에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한 SK에너지는 마케팅 대상을 휘발유라는 ‘제품’에서 주유소 전체 ‘서비스’로 확장하는 작업에 나선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운전자에겐 주유가 생활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해 ‘SK주유소를 계속 이용하면 생활에 보탬이 된다’는 슬로건을 앞세웠다”고 설명했다.

고소영, 엄정화, 이효리, 이기용 등 여성 스타를 기용해 ‘빨간 모자 아가씨’ 마케팅을 펼친 것도 이즈음이다. ‘SK주유소에 오면 친절한 빨간 모자 아가씨에게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 주유소에서 편의점(OK마트), 경정비점(스피드메이트), 세차 등 각종 유외(油外) 사업을 병행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주유소를 알려야 브랜드가 산다”… 4500개 주유소가 ‘엔크린 광고판’

○ 획기적인 포인트 마케팅 도입

고객들이 계속해서 SK주유소를 이용하도록 엔크린보너스 카드를 개발한 것은 정유업계 최초로 실시한 포인트 마케팅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고객에게 직접 기업의 이윤을 돌려준다는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줬으며, ‘엔크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함께 올라갔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보너스카드를 운영하면서 차별성이 떨어질 때쯤 SK에너지는 주유소 밖에서도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OK캐쉬백’ 서비스를 개발했다.

SK에너지는 2000년 엔크린포인트를 국내 최대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인 OK캐쉬백포인트와 합쳐 전국 4만여 가맹점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는 동안 품질 개선 노력도 계속했다. 2001년에는 미국의 텍사코사(社)에서 개발한 최첨단 청정제를 도입하고, 2005년에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고급휘발유 브랜드 ‘엔크린 솔룩스’를 내놓았다.

엔크린 솔룩스는 옥탄가를 일반 휘발유보다 크게 높여 이상 연소를 줄이고 청정제와 연료소비효율 개선제를 추가로 주입해 엔진 보호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현재 엔크린 솔룩스는 월평균 2만 드럼 이상 팔리고 있다. 취급하는 주유소도 530여 곳으로 늘어났다.

엔크린의 성공에는 SK에너지의 주유소 시장 점유율이 36.9%로 업계 1위라는 점이 크게 기여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주유소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근접성)’가 가격이나 제품브랜드보다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 더구나 전국에 깔린 4500여 개의 SK주유소는 엔크린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최고의 옥외광고판이다. SK에너지가 제품뿐 아니라 주유소를 알리는 데에도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까닭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엔크린닷컴 회원 900만… 국내최대 자동차 사이트로

회원이 가장 많은 자동차 관련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자동차 기업의 것일까, 인터넷 포털의 것일까. 정답은 ‘둘 다 아니오’다. SK에너지는 자동차 생활 전문 포털사이트 ‘엔크린닷컴’(www.enclean.com)의 회원이 올해 4월 현재 900만 명에 이르러 가장 많다고 밝혔다.

1일 사이트 방문자는 평균 15만∼20만 명. 당초 엔크린보너스카드의 회원 관리용 사이트로 출범한 엔크린닷컴은 지난해 4월 ‘자동차 생활 전문 포털’을 표방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특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로 인터넷 포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엔크린닷컴은 국내외 자동차 6300여 종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고 차량 구매, 유지 관리 가이드, 신·중고차 정보 등을 제공한다. 새 차건 중고차건 구매하기 전에 자동차의 제원, 가격 정보와 함께 5년간 예상 유지비용, 실제 차를 타 본 전문가와 누리꾼의 평가를 비교할 수 있다. 차를 선택하면 가까운 지역의 판매업자에게 견적 신청을 하거나 상담 문의도 가능하다. 차를 유지 관리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비 상식, 정비소 찾기, 폐차 대행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회원들이 만드는 블로그 ‘카로그’도 인기 있는 콘텐츠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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