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10년, 20년 후가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말은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처럼 미래에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앞으로 투자할 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나간다는 삼성전자는 어떤가. 세계 경제위기로 작년 4분기에 7600억 원 영업적자를 냈던 이 회사는 올 1분기에 470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그 덕분에 한국 기업은 역시 강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미래의 새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삼성은 계열사 사장 20여 명을 물갈이했다. 삼성전자는 임원 중 3분의 2를 보직 변경했다. 4월에 이윤우 부회장, 최지성 사장, 이재용 전무 등 주요 경영진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삼성그룹이 어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일까.
이 책은 반도체 산업의 두 선두주자인 인텔과 삼성전자를 비교 분석하고 이 두 기업의 미래를 위한 충고를 담고 있다. 인텔과 삼성전자에 각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갈 엔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반도체 1, 2위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앞으로 정보기술(IT)산업 내에서는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개발도상국의 새로운 시장은 주로 저가 상품이어서 이익이 적다. 인텔은 성공 제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서 있고 삼성전자도 현재 수익을 올리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이 모두 20년 전에 개발하기 시작한 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점차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상품의 80% 이상을 수출하기 때문에 해외 임원 영입 등 국제화된 경영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계가 뚜렷하고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출신이나 해외 교포 중에서 기술자를 영입하고 있으나 이들이 회사 경영 방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은 없다고 한다. 관리는 잘하고 있는 반면 선발주자로서 필요한 창조경영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삼성과 인텔이 미래의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인텔은 2000년 초부터 디지털헬스그룹이라는 사업부를 만들어 새 사업을 찾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도 중장기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사업을 쉽사리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발 빠른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려 경쟁사를 앞질렀으나 이제는 후발주자로서가 아니라 창조적인 선발주자 체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인텔이나 삼성전자에서 성공을 거둔 주역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규 사업도 수조 원 규모가 되어야 성이 차는데 현실에선 그런 것들을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저자는 시대를 앞서가는 자체 내부의 변화 없이는 과거의 공룡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다. 인텔이나 삼성전자가 구글처럼 불연속 이노베이션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더라면 2000년대에도 이전처럼 연 30%의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parkyk@donga.com
아라비아반도는 수십 년간 오일머니에 의존하던 경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이를 위해 항공우주, 정보통신,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는 화폐 통합을 포함한 경제 통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해 메나(MENA)로 불리는 큰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이 지역을 ‘한국기업의 블루오션’으로 부르며 GCC의 경제개혁, 이슬람 금융의 구조, 부동산 및 자본 시장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현지 정보를 소개한다. 부록에는 메나 지역에서 앞으로 추진될 50대 비즈니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아랍인들은 더는 옮겨 다니지 않고 이제는 정착해 이상향을 짓고자 한다. 그리고 모래와 기름과 돈밖에 쥔 것이 없는 그들은 한국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중국의 병서 ‘36계’에 나오는 계략들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 ‘위위구조(圍魏救趙)’는 ‘조나라를 구하기 위해 위나라를 포위하다’는 뜻이다. 적의 세력이 강할 경우 정면 대결을 피하고 적의 약점을 노려 우회적으로 공격하라는 계략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한 상인이 미국의 협상 전문가 후버 케인과 협상한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상인은 도쿄에 도착한 케인의 귀국 비행기 시간을 우선 파악했다. 그런 다음 관광과 문화 체험 등을 권하며 시간을 끌었다. 케인의 귀국 이틀 전부터 본격 협상이 시작됐고 최종 합의는 그가 귀국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뤄졌다. 케인은 협상에서 참패했다. 저자는 “데드라인(시한)을 활용한 우회 전략의 성공”이라고 풀이했다. ‘남에게 빌린 칼로 적을 죽이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 계략에선 자금, 설비, 기술, 인재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원을 꼭 소유할 필요 없이 빌려서 쓰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아라비아 경제금융지도
노 다니엘 지음
268쪽·1만5000원·한스미디어
원전 36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유엽 편저·박윤식 옮김
368쪽·1만4000원·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