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심는 사안은 현재 큰 방향은 잘돼 가고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 약간 염려스러운 점이 있어 이번에 다시 거론하게 됐다.
약 3년 전 어느 주말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 옆을 지나다가 매우 안쓰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초등학교 보이스카우트 학생들이 맨땅인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훈련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한 경제신문에 부동산칼럼을 쓰던 필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깔아주자는 칼럼을 기고했고 해당 아파트 주민대표에게 주민들 힘으로 성금을 모아 천연잔디를 깔아주자고 설득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하는 일은 항상 어렵고 시간이 걸리게 돼 있어 아직도 큰 진전을 못 보고 있던 차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교육과학기술부 주도하에 문화체육관광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학교 운동장 조성사업추진계획’을 올해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및 지역사회의 선택에 따라 학교 운동장에 천연 또는 인조잔디를 깔고 우레탄트랙, 다목적구장 등으로 운동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내용이다. 매우 환영할 일이다. 올해 사업예산은 500억 원으로 학교당 5억 원씩 100개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4000m² 운동장을 기준으로 천연잔디를 조경용이 아닌 내구성이 좋은 스포츠용으로 심는 데는 3억 원 정도면 충분하고 유지비로 월 250만 원 정도가 든다. 인조잔디와 비교해 시설비용도 약간 저렴하고 유지비도 5년 후 교체해야 하는 인조잔디의 수선비와 견주면 비싸지 않다. 효과 측면에서도 천연잔디는 인조잔디와 비교할 수 없다. 직접 만져보고 그 위를 걸어보면 금방 차이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천연잔디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높은 복사열을 냉각시키며 소음도 감소시킨다. 일본 도쿄(東京)에서도 2007년부터 10년 동안 모든 공립 소·중학교의 교정을 잔디화하기로 하고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잔디응원단’까지 만들어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전부 천연잔디로 추진한다고 한다.
필자가 이렇게 천연잔디의 장점에 대해 칼럼을 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잔디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소규모 영세업자들이어서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인조잔디 업체에 비해 대외 홍보력이 불리하므로 이를 보정(補正)해주자는 뜻이 있다. 앞으로 초등학교에서 천연잔디와 인조잔디 중 하나를 선택할 때 학부모와 인근 주민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반드시 열어 최종 결정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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