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명강사”…PT에 빠진 CEO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기업전략 설명에 유용
사내 강연·회의 활용 늘어
동영상자료 직접 제작도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부하 직원에게 ‘PT 보고(報告)’만 받던 위치에서 벗어나 파워포인트 PT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CEO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그룹 중에서 SK그룹 CEO들이 PT 활용에 유난히 활발하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PT로 자신의 역할과 비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보수적인 정유업계에서 CEO의 ‘PT 간담회’는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레이저포인터와 무선마이크를 들고 20여 분간 회사의 4대 미션과 5대 성장과제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CEO에게 듣는다’는 제목의 사내(社內) 방송에서도 일방적 연설 대신 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한 임원은 “이 사장은 신입사원과의 대화, 임원 전략회의 등에서도 PT를 하기 때문에 회사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임무를 쉽고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SK 내에서도 ‘매끄러운 PT 강연’으로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평소 “강사가 지루하게 혼자 얘기하는 것보다 PT와 질의응답을 통해 청중과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진짜 명강의”라는 소신을 밝혀왔다.

SK CEO들의 이런 ‘PT 사랑’은 최태원 SK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스스로 구성한 40여 분짜리 PT로 임직원들에게 경제 현실과 SK의 전략을 설명했다. 이 PT에는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법’을 다룬 베스트셀러 ‘인듀어런스(Endurance)’와 영화 ‘투모로우(Tomorrow)’ 관련 영상도 포함돼 있었다. SK 측은 “최 회장이 경영현실과 이를 이겨낼 SK 구성원의 자세를 백 마디 말보다 책과 영화 같은 시각적 자료로 설명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서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PT 소통의 선각자’로 인식된다. 남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 실적과 전략을 소개하는 ‘파워포인트 PT’를 직접 해 화제가 됐다. 그는 올해도 ‘PT 주총’의 파격을 이어갔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남 부회장의 PT는 5∼10장의 짧은 분량으로 사안의 핵심을 빠르게 이해시키는 게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소통경영의 대표적 CEO’로 손꼽히는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이 PT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강 사장은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려면 상대방과의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느끼게 만든 PT가 필수적인 소통의 도구”라고 말해왔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센터인 ‘C&A 엑스퍼트’의 김경태 원장은 “사람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고 한다”며 “CEO들의 PT 소통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금 같은 불황기일수록 구성원이나 사회와 잘 소통하는 CEO의 능력은 회사의 흥망과도 직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최고경영자(CEO)들이 ‘좋은 소통’을 하려면 ▼

1.비서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하라.
-책 읽듯 하는 PT는 금물.

2.원고는 상단 3분의 1만 사용해 작성하라.
-하단까지 꽉 채우면 시선이 청중이 아닌 원고에 머물게 된다.

3.살아 있는 목소리로 발표하라.
-변화무쌍하고 감정이 실려야 호소력이 생긴다.

4.도입부를 강력하게 시작하라.
-초반에 청중의 주의를 끌 만한 강한 이야기를 배치해야.

5.짧고 간결하게 말하라.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설교가 20분을 넘어가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거부한다’고 했다.

6.인상적인 마무리를 준비하라.
-이성적인 메시지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좋다.

자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센터 ‘C&A 엑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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