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시간도 비껴가는 신소재 제품들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흠집 안나는 폴리카보네이트 세탁기

가벼우면서 튼튼한 알루미늄 오디오

열 받으면 더 강해지는 티타늄 밥솥

‘알루미늄, 티타늄, 탄소섬유, 세라믹….’

과학책에서나 봤을 법한 낯선 이름들이라고? 잘 들여다보면 주방 혹은 거실에서 매일 쓰는 가전제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최근 가전 업계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산업 분야에서나 쓰이던 신(新)소재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 충격에 강한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고 내충격성, 내열성, 내한성 등을 균형 있게 갖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인체에 무독하고 자기소화성(自己消火性)이 있어 미국 아폴로 계획 당시 비행사 우주모(宇宙帽)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독일 가전 밀레는 이 특수 소재를 ‘허니컴 드럼세탁기’(모델명 W1714) 앞쪽 문 부분에 사용했다. 온도나 습도, 충격 등에 강한 내구성을 갖고 있어 세탁기 문을 열고 닫을 때 충격을 완화해 주는 장점이 있다. 또 워낙 단단해 웬만한 충격에도 흠집이 잘 나지 않아 주부들이 선호한다. 개인용 주변기기업체 로지텍코리아 역시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전용 케이스 ‘로지텍 플레이기어 포켓 슬림’에 이 소재를 활용했다. 아이들이 놀면서 험하게 다루는 제품이다 보니 쉽게 손상되는 플라스틱 케이스로는 2% 부족했던 부분을 폴리카보네이트가 채웠다.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외부에서 큰 충격을 받아도 게임기 본체를 보호해 잔 고장을 줄일 수 있기 때문.

○ 둥글게 잘 휘어지는 ‘알루미늄’

다른 중금속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강한 데다 친환경적 측면까지 있는 알루미늄은 이미 오랜 기간 가전업계의 사랑을 받아온 소재다. 덴마크 홈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자체 개발한 특수 ‘산화피막 알루미늄’을 전 제품에 적용한다. 산화피막 알루미늄은 다양한 표면 처리 방식에 따라 무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곡선 처리가 용이해 접합 부분 없이 한 조각으로 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소리가 왜곡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TV와 오디오 등 깨끗한 음질이 생명인 제품들을 주로 내놓는 뱅앤올룹슨엔 딱 맞는 소재인 셈이다. 산화피막 알루미늄이 사용된 제품 중엔 ‘베오센터2’가 대표적. CD플레이어와 DVD, MP3 플레이어, 라디오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베오센터2는 풍뎅이 날개를 연상시키는 제품 외관에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하나의 알루미늄 조각을 6.4mm 두께로 얇게 펴서 만들었다.

○ 다이아몬드만큼 강력한 ‘탄소섬유’

고강도 탄소섬유는 탄소와 탄소 간 결합 세기가 다이아몬드 강도와 흡사할 정도로 강력하다. 탄성이 강하다보니 다양한 곡선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해 디자인을 중시하는 브랜드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필립스전자가 내놓은 ‘아키텍’ 면도기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면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다. 또 미세한 진동을 최소화해 기존 전기면도기에 비해 피부에 자극이 덜 가는 편이다. 금속보다 가벼운 카본 소재의 특성 덕분에 제품 무게 역시 약 20%까지 줄여 사용감이 편하다. 또 면도기 윗부분과 본체 간 연결 부분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살짝 곡선이 들어가 있어 손에 쥐기 좋은 것이 특징.

○ 열에 강한 ‘티타늄’

티타늄은 변색 및 부식에 강하다. 열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강도가 낮아지는 다른 금속과 달리 열을 받으면 오히려 강도가 더 강해질 정도. 워낙 잘 변하지 않다보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해 반지 소재로 쓰기도 한다.

이런 티타늄의 특성을 활용한 제품이 리홈의 전기압력밥솥이다. 리홈은 열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황금 도장을 한 밥솥 내부에 티타늄을 한 번 더 코팅했다. 티타늄 덕분에 솥이 긁히거나 벗겨지지 않고 부식되지 않아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일명 ‘다이아몬드 밥솥’(모델명 LJP-HG100CV)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42만8000원의 높은 가격에도 지난해 11월 시판 이후 첫 2개월 간 6000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리홈 측은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 덕분에 밥의 단맛이 빠져나가지 않고 갓 지은 고슬고슬한 가마솥 밥맛을 내 신혼부부 등에게 크게 인기”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