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황승진 스탠퍼드大교수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어려울 때에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제경영원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어려울 때에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제경영원
‘창조적 파괴’ 지금이 절호의 기회

“창조를 위한 자연스러운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공급망관리(SCM)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황승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57)는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굴지의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이 운영하는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 강의를 위해 6월 한국을 방문하는 황 교수를 전화로 미리 만나봤다.

황 교수는 “내가 만들어낸 것도 필요하다면 파괴해 다시 창조해내는 용기가 바로 혁신”이라면서 “메모리 칩의 원조인 인텔이 1985년 이 분야에서 과감히 손을 뗀 것도, 1995년 파산위기를 겪었던 노키아가 파격적인 아웃소싱과 내부 개혁을 통해 SCM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도 모두 그런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항공사들이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니어 미스(near miss·사고가 나기 직전 상황까지 간 것)’ 때라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항공분야뿐만 아니라 나이키, IBM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모두 한 번쯤은 공중분해될 뻔한 위기를 겪었지만 혁신을 통해 극복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은 조직 내 인화를 무엇보다 중시하지만 그러다 보면 미래의 돌발 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반대의사와 역발상 등을 끊임없이 내놓는 ‘삐딱이(naysayer)’를 양성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황 교수이지만 최근 한국 기업들이 추진해 온 ‘잡 셰어링(일자리 나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기업은 미국과 다른 기업문화와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황 교수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감원을 전격 감행할 경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도 나타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87년부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황 교수는 현재 실리콘 밸리 기업 10여 곳의 사외 이사도 맡고 있다. 그가 동료교수 2명과 함께 발표한 논문 ‘채찍효과, 공급망에서의 정보왜곡’은 2004년 미 경영학회가 선정한 ‘지난 50년간 발표된 경영과학 논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10편’에 들기도 했다.

6월부터 시작되는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에는 황 교수와 함께 윌리엄 바넷 교수(기업전략), 프랜시스 플린 교수(인사관리 및 리더십) 등이 강의한다. 문의 국제경영원 02-3771-0149, 6336-0542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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