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펀드 투자자가 2007년 6월 이후 주가가 1,600을 돌파하면서 몰려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400은 심리적으로 ‘1차 고개’다. 국내 펀드의 경우 차이는 있겠지만 고점 근처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20% 내외의 손실이 났다. 적잖은 손실이지만 반 토막 난 해외펀드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 이쯤에서 손 털고 싶은 마음이 든다.
1차 고개 부근에서 주가대별로 투자자들의 환매 심리를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주가가 1,300∼1,400 선을 나타내는 요즘이 1차 환매 물량이 나오는 시점이다. 지수가 지난해 10월 바닥에서 50% 상승했기 때문에 밑으로만 보면 감지덕지한 수준이다. 아직 본전은 멀었지만 급한 사람부터 환매를 하기 마련이다. 아마 10% 내외의 환매가 1,400을 전후해 나타날 것이다. 2차 환매는 1,400∼1,700이다. 조금 일찍 가입한 사람은 본전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늦게 가입한 사람들도 약간의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본전에 가까워지는 시점이다. 또 이 구간은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매 또한 심한 변동을 보일 수 있다. 30∼40%의 투자자들이 펀드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50% 내외의 투자자들은 ‘3차 고개’인 1,700∼2,000에서 대부분 펀드와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된다. 3차 구간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V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또 코스피 2,000이 금리나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결코 과한 수준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조금만 도와주면 유효 사거리 안에 있다. 물론 이 와중에 새로운 투자자들도 등장한다. 새 투자자와 옛 투자자 사이에 활발한 선수 교체가 이루어지는 구간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마음 고생한 투자자들이 위자료 한 푼 건지지 못하고 썰물처럼 빠진 후에야 새로운 시장이 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 심리 구조상 변함없이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그래서 환매를 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금씩 분할 환매를 해야 한다. 일정 구간별로 나누어 환매를 하면 그나마 평균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2007년 5월 이후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펀드에 가입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1년만 더 인내심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지친 투자자들이 기다려 줄 것 같지 않다. 그나마 이 정도 회복한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이 상 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