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이냐, 한경연의 전경련이냐.” 요즘 전경련 일각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전경련의 주요 보직을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 출신이 사실상 장악한 반면 정통 전경련맨은 불황 때문에 명예퇴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핵심 임원직 다섯 자리 중 세 자리(60%)를 한경연 출신인 이승철 전무, 황인학 상무(산업본부장), 배상근 상무(경제본부장)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전무는 2007년 4월, 황 상무는 같은 해 5월, 배 상무는 올해 1월 현재의 직위로 승진했다. 전경련 관계자들은 “이 전무는 1999년부터 전경련 기획본부장(상무보) 경제조사본부장(상무) 등을 맡아왔기 때문에 전무로 승진했을 때 전경련 내부에서 별다른 동요가 없었지만 황 상무에 이어 배 상무까지 임원이 되자 ‘정통 전경련맨 소외론’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최근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직원 조회에서 “전경련의 산하기관인 한경연에서 주요 임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경련 출신들도 역량을 키우고 분발하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조회에 참석했던 한경연의 한 박사는 “솔직히 전경련 직원들 보기가 좀 민망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일부 팀장급 간부는 비용절감 계획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일터를 떠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13일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를 새 원장으로 맞이한 한경연의 분위기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초에는 홍익대 교수 출신으로 탁월한 감각과 역량을 보여왔던 김종석 전 원장의 연임이 예상돼 왔다. 한경연 관계자에 따르면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한경연이 연구 결과를 내놓아서 정책이 바뀐 게 얼마나 있느냐”며 김 전 원장을 질책하곤 했다고 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