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비슷한 株 상한 가기도… 개인중심 과열 경계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계양전기는 자동차용 모터, 전동공구를 생산하는 업체다. 연초 이후 1300∼1600원대에서 맴돌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달 4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더니 11일부터 코스피가 급락세로 돌아선 14일까지 4일 연속으로 상한가 행진을 했다. 현재 계양전기의 주가는 연초의 두 배 수준인 3450원.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호재가 있었던 걸까.
증권가에선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는 자전거 관련 정책 때문에 계양전기 주가가 급등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3일 지식경제부가 하이브리드 자전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모터를 생산하는 이 업체가 증시에서 수혜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정작 계양전기 측은 주가의 이상 급등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계양전기 관계자는 “자전거 모터는 생산을 계획하거나 검토해본 적도 없다”며 “우리 회사가 왜 자전거 테마주로 불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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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주라도 실제 수혜 있을지는 미지수
자전거 테마주의 과열 양상이 지속되면서 인터넷 투자정보사이트에는 아직 ‘덜 오른’ 자전거 테마주 찾기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겠다는 발언을 한 뒤 산업용 윤활유 생산업체인 극동유화는 아스팔트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극동유화의 주가도 한 달 사이 150%나 뛰었다. 전자시스템업체 빅텍은 자전거 대여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3노드디지탈은 자전거 원료로 쓰이는 마그네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고 있다. 모두 그럴 만한 개연성은 있지만 관련 정책이 나왔다고 해서 실제 수혜를 입을 것으로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종목들이다.
신종 인플루엔자A의 공포가 엄습했던 지난달 말에도 증시에서는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돼지고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닭고기주와 수산주가 ‘신종 인플루엔자 수혜주’로 급등했다. 지난달 27일엔 수산주로 분류되는 동원산업이 급등한 가운데 동원그룹과 전혀 상관없는 광산채굴업체 ‘동원’도 이날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다음 날 바로 급락했다. 동원 관계자는 “당시 특별한 호재가 없었는데도 동원산업과 회사 이름이 같아 주가가 덩달아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모든 제약회사가 독감 백신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약품’ ‘제약’이란 이름만 붙으면 해당 회사 주가는 어김없이 뛰어올랐다.
○ 코스닥 지지부진 장세 지속되자 머니게임 조짐
최근 증시에서 벌어지는 ‘사돈의 팔촌주’ 찾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시가 과열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연초 이후 테마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해당 테마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종목이라면 기업 특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고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되자 더욱 심해졌다. 대신증권 봉원길 종목전략팀장은 “재무제표나 사업내용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즉흥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정책 테마주 선호현상이 일부 개인투자자 사이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기업이라도 바로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인 만큼 섣부른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순이익은 5억 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2000억 원이 넘는다”며 “실제 자전거를 생산하는 업체의 주가 수준이 이 정도인데 다른 자전거 테마주도 과열 양상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