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푸대접 받는 친환경 자동차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친환경차 구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 대 이상 자동차를 구매한 127개 정부 기관 중에서 친환경 자동차 구매목표인 20%를 달성한 곳은 30% 남짓한 40곳에 불과했습니다. 현 정부는 녹색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행동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친환경 자동차는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 내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새로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20% 이상 친환경차를 사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사주지 않으면 아직은 수요가 없어 제조기업의 기술 개발의욕도 떨어지게 됩니다. 친환경차를 외면하는 정부 기관이 많다는 것은 실망스런 일입니다.
지금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황과 금융위기로 기존의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친환경차가 새로운 자동차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속에서는 전기로 가고 고속일 때는 기존 가솔린엔진을 돌리는 하이브리드차가 이미 상용화되어 있고 수소연료전지차도 머지 않아 시판이 될 것입니다. 하이브리드차의 작년 세계 시장규모는 57만대 였으나 각국의 수요촉진대책에 힘입어 2018년에는 약 900만대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10%를 넘는 것입니다.
수소연료 전지차도 2012년 경에는 시판용 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성능의 친환경 자동차가 속속 개발되고 세계 각국이 온실 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게 되면 기존 자동차 수출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친환경차의 개발과 수요 대책이 경쟁국에 비해 한발 늦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본은 이미 친환경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가 1위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지난 2월에 처음 나온 혼다자동차의 하이브리드차가 4월중에 1만여대나 팔렸습니다. 휘발유 1리터로 30KM를 가는 높은 연비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의 감세조치도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 정부도 오는 7월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최대 300만원까지 싸게 살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친환경차의 기술 개발과 성공은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수요가 없이는 친환경차 산업의 발전이 어렵습니다. 가솔린 엔진이 없는 친환경 자동차는 고성능 연료전지의 개발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우리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박영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