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 설립 추진 잇달아
《“와∼ 내 사진이다. 채연(동생)이도 있다.” 여덟 살 채민이가 100m² 남짓한 공간을 신이 나 뛰어다녔다. 채민이의 사진도, 동생의 사진도, 친구들의 사진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우리 동네 아이들’ 사진전이 열린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 마을극장’. “동네 아이들을 주제로 연 사진전인데, 마을 주민과 이웃 그리고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극장 성격에 맞게 사진전도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는 게 극장 측의 설명이다.》
사회적 기업 218곳 중 아직은 13곳에 불과
마을극장 등 만들어 공익+일자리 창출 모색
올 2월 국내 최초의 마을극장으로 주목받으며 문을 연 성미산 마을극장은 현재 노동부가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 주민이자 극장 대표인 유창복 씨는 “성산동 주민들이 주체가 돼 극장을 세웠듯이 무대에 올릴 전시와 공연도 그동안 기회를 갖지 못했던 예술가와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린 사진전도 마을에 사는 주부의 기획 작품이다. 이 마을극장은 무대를 통해 창작 활동을 지속하면서 예술가들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문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경기 불황으로 창작활동이 더욱 위축된 문화예술계가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미래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사회적 기업의 만남인 셈이다.
○ 문화예술계도 공익과 일자리에 관심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218개 사회적 기업 중 문화예술 단체는 13곳.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2007년 문화예술 단체로는 처음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노리단’을 시작으로, ‘문화마을 들소리’ ‘공공미술 프리즘’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 등이 사회적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면 4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 감면하고,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아직까지 복지 분야의 사회적 기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문화예술계에서도 이윤창출과 사회적 공헌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성미산 마을극장처럼 ‘예비 사회적 기업’의 타이틀을 달고 문을 두드리는 문화예술 단체가 적지 않은 것.
이에 대해 노동부 고용정책실 관계자는 “젊은 예술가들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추구하고, 사회적 기업 역시 공익적 목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익과 일자리라는 공통분모가 맞아떨어진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행복”
서교예술동사무소에는 이들 말고도 4개 단체가 입주해 있다. 서울시는 서교동사무소였던 이곳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꾸며 지하와 1층을 전시 공연 무대로 사용하고 2층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신생 예술단체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진이 서울문화재단 경영본부장은 “서교예술동사무소는 예술가들이 활동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라며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이 바로 일자리”라고 말했다.
다음 달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서교예술동사무소의 리모델링 디자인 작업도 예비 사회적 기업인 ‘리블랭크’가 맡았다. 리블랭크는 현수막과 버려진 옷가지 등 재활용품을 활용해 의류와 패션 소품을 생산하는 리사이클링 디자인 기업이다. 디자이너 9명이 뭉쳐 문을 연 지 이제 1년이 지난 이곳도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관과 단체 등에서 수거한 재활용 의류를 분해해 원단을 확보하는데, 현재로서는 이 일을 할 일손이 부족해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채수경 대표는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리블랭크의 사업 아이템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고,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사회 환원 활동을 더욱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급식 보육 친환경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한 사업을 하고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2008년 말 현재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218개다. 기존의 자활 근로사업 등이 일회성 지원에 그친다는 점을 보완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