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올해 안에 LPI 하이브리드차 양산 예정
르노삼성자동차가 2011년 전기자동차 양산을 본격 추진키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린 카’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친환경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다. 국내 1위인 현대·기아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LG화학 SK에너지 등 국내 업체 배터리 관련 기술 뛰어나
르노삼성차 측은 현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전폭 지원하고 있으며 LG화학 SK에너지 등 국내 업체가 전기차 개발의 핵심이 되는 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전기차 개발에 유리한 요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전기차 상용화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며 표준·고속 충전소, 고속 배터리 교환소 등 관련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전기차 제품만 독자적으로 나와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충전소가 곳곳에 설치돼야 하고 충전소로 공급하는 전기료도 싸야 하는 등 전기차 시대가 열리려면 갖춰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완성차업체 한 곳이 전기차 시대를 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기자동차에 적용할 전기 요금을 산업용 전력 수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 등과도 업무 협의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운전자 한 사람이 내야 할 충전 비용이 연간 20만 원이 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번 충전으로 3시간 이상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르노삼성차가 초기 상업화 단계에서 제주지역 렌터카업체에 전기차를 공급하기로 한 데에는 제주에서 장거리를 달릴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계산도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업체, 정부와 한전, 부품업체 등 모든 관련 기관이 컨소시엄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양산에 들어가더라도 전기차의 생산단가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배 이상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정부 지원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개발 보조금과 자금 지원을 받고, 시장 판매 단계에서는 값비싼 전기차가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주차비와 취득·등록세 등에서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한국 친환경차 기술력, 일본의 80∼85% 수준”
김희수 르노삼성차 구매본부 부장은 “한국도 유럽 국가들처럼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에 차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안’을 통과시켜 이산화탄소 배출 상한을 넘긴 역내 등록 차량에 벌과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면 전기차 판매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크게 유리해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올해 초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량 개발을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양산 추진에 대해서는 ‘르노-닛산 안에서 위상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평소 “전기차야말로 자동차산업의 돌파구”라고 강조하는 ‘전기차주의자’다. “르노삼성차로서는 독자적인 전기차 양산 추진이 르노-닛산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한국 정부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국 자동차기업들은 내연기관 엔진 효율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권 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나 전기차 기술에서는 다소 격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기술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한국 기업의 친환경차량 관련 기술력은 대체로 일본의 80∼85% 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의 ‘그린 카’ 개발은 각 기업의 기술적 강점과 그 나라의 시장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르노-닛산은 전기차 개발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 LPI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할 예정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