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트에서 생수들고 낑낑?… 온라인 장보기 증가

  • 입력 2009년 5월 16일 22시 23분


주부 이 모 씨(38·서울 강서구 염창동)는 생수, 라면, 세제 등 생활용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 2주에 한 번씩 대형 마트에 차를 몰고 가서 10만~20만원어치씩 생활용품을 사다 쟁여놓곤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남편의 임금이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는 바람에 더 싼 곳을 찾아 헤매던 끝에 인터넷 쇼핑을 선택한 것.

이 씨는 "직접 먹고 마시고 입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더 주더라도 반드시 보고 만져본 뒤 사야 한다는 게 철칙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이 같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식품 등을 취급하는 판매자들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신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판매자들도 식품의 품질 관리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온라인 장보기'가 증가 추세다.

15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옥션 사이트를 통한 식품과 생활용품의 거래액은 그 이전 해보다 각각 48%, 37%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4월 대표적 생필품인 라면과 생수 판매량이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50% 증가하는 등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G마켓 역시 지난해 전체 거래액 중 식품과 생활용품의 비율이 약 40% 선으로 2006년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수치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구조의 단순화로 슈퍼마켓이나 마트보다 값이 싸다는 것. 이 밖에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주부 김 모 씨(37·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아무래도 마트에 가서 카트를 밀고 다니다 보면 동선 주위에 배치된 각종 상품에 눈이 가 충동구매를 하게 되지만, 인터넷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된다"고 말했다.

맞벌이 교사 최 모 씨(35·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마트에 갈 시간도 부족하지만,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싼 가격에 생수 등 무거운 물건을 현관 앞까지 가져다줘 편리하다"고 말했다.

씀씀이 절약, 편리성, 충동구매 방지….

다양한 이유로 '온라인 장보기'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각 업체들도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옥션은 25일까지 라면 생수 세제 등 대표적인 생필품 500여 품목을 최고 50% 할인판매하고 구매 합산액이 5만 원 이상인 고객 1만 명에게 8900원 짜리 휴지를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한다.

11번가는 한국 유기농협회의 채소를 최근 시판하기 시작했다. 시중가보다 30% 가량 싼 값에 100g 단위로 적은 양을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갑'인 대형마트로부터 '을'의 설움을 당해왔던 제조업체들도 하나 둘 온라인에 진출하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G마켓 등에서 과자 등 제품의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저렴한 값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잘 풀리는 화장지'로 잘 알려진 미래생활도 중간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해당 마진을 줄인 값에 옥션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민경규 미래생활 지점장은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파는 게 회사로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장보기'의 단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자 있는 물건이 배송됐을 경우 반송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구매자가 제품을 다시 포장해 택배 업체나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야 하고 물건을 바꾸거나 결제를 취소하는데 4, 5일씩 걸린다.

또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판매자인지 미리 알아보지 않고 싼 값만 보고 주문했다가 배송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하자 있는 상품을 받으면 반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온라인에서는 늘 존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장을 볼 때는 가격 외에도 상품 후기나 판매량, 제품 만족도 등을 미리 꼼꼼히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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