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경제지표… 악재-호재 혼재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건설 취업자 21개월째 감소
기업들 자금사정 개선 전망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위스키, 와인 등 고급 주류(酒類)의 수입이 크게 줄고 건설업 취업자 수도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소비와 일자리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빠졌다. 하지만 공장가동률 등을 반영하는 산업용 전력판매량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낙관적인 조짐도 나타나 좀처럼 향후 경기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소비, 일자리 지표 악화

‘고가 주류’로 분류되는 위스키와 와인 수입액은 올해 들어 40% 가까이 감소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위스키 수입액은 4287만7000달러로 지난해 1분기(6891만1000달러)보다 37.8% 급감했다. 경기침체에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高度酒)에 대한 수요가 준 영향까지 겹쳐 수입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참살이’ 열풍으로 인기를 몰았던 와인 수입액도 같은 기간 4649만7000달러에서 2889만8000달러로 37.9% 줄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소 풀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 분야의 일자리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77만3000명으로 작년 4월보다 6.7% 줄면서 2007년 8월 이후 1년 9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4월의 건설업 취업자 감소율은 1999년 5월(―9.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의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입 물가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원화 기준)는 3월보다 6.0% 내려 1998년 12월(―7.2%)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 수출물가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물가도 전월보다 7.8% 떨어져 1998년 4월(―9.1%)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산업용 전력판매량 6개월만에 증가세

국내 기업들의 5∼6월 자금사정이 3∼4월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자금사정지수(FBSI)’를 조사한 결과 5∼6월 FBSI 전망치가 109.8로 3∼4월 실적치(107.8)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FBSI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기업들의 자금흐름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대한상의가 개발한 지표로 100을 넘으면 기존에 비해 앞으로의 자금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지표는 각 기업의 자금사정에 대해 ‘매우 호전(200점)’, ‘호전(150점)’, ‘보통(100점)’, ‘악화(50점)’, ‘매우 악화(0점)’로 답을 구한 뒤, 전체 응답자 수로 나눠 얻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소기업(109.2)보다 대기업(115.4)의 자금사정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으며, 비제조업(106.3)보다는 제조업(113.3)의 개선 상황이 나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실물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산업용 전력판매량도 6개월 만에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력 소비가 많은 화학 철강 반도체 업종의 전기 소비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17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1708만6000MWh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7% 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다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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