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담사 고객정보 400만건 불법거래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고객유치 위해 신용정보 등 건당 10만원에 사고팔아

《보내는 사람=신○○

메일 제목=○○은행 고객정보. 대박 나시기 바랍니다.

첨부 파일=닥터.zip 재대출예상고객.zip

의사만 따로 모은 리스트입니다. 신용카드 번호 및 이용 한도액도 함께 담겨 있으니 참고하세요. 재대출 예상 고객은 저희가 대출 연장하지 않고 드리는 자료라 적발 시 입수 경로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모 씨(33)는 외국계 은행과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상담사로 일했다. 계약 후 처음 3개월은 기본급 60만 원을 받았고, 이후에는 실적에 따라 대출액의 3%를 수당으로 받았다. 대출 상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출 계약 실적을 올리려면 고객 명단이 필요했다. 신 씨는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상담사들과 e메일로 고객 명단을 주고받았다. 자료 한 건당 10만∼15만 원을 받거나, 대출계약이 성사되면 실적 수당의 절반을 주고받는 조건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은행이나 저축은행, 캐피털회사의 고객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빼돌려 주고받아 대출 유치에 활용한 대출상담사 신 씨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 등이 2006년 4월부터 2008월 12월까지 주고받은 고객 신용정보는 총 400만 건. 정보가 유출된 고객은 수십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또한 전문직이나 대기업 사원 등 신용 등급이 높은 고객들의 명단을 별도로 만들어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대출상담사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HSBC, 씨티은행, SC제일은행,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 4곳과 저축은행 3곳, 캐피털업체 3곳 등 10개 금융업체도 함께 입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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