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크’ 새 버전 이르면 내달 공개… 블리자드社 모하임 대표 화상 인터뷰
《온라인게임의 대명사인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인의 놀이문화에 불을 댕겼다. 스타크래프트가 놀이를 좋아하는 한국인들과 만남으로써 한국에는 PC방이 생겼고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가 생겼다.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한 이후 리니지 등 국산 온라인게임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10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스타크래프트 1탄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약 950만 장이 팔렸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450만 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사(社)는 이르면 다음 달 스타크래프트 2탄의 베타버전(시험판)을 공개한다. 1탄이 나온 지 11년 만의 일이다. 2탄 공개를 앞두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모하임 대표를 인터뷰했다. 2탄을 내놓는 그의 포부와 함께 ‘스타크래프트의 사회학’을 조망해 본다.》
“팽팽한 긴장감-심층성에 한국 게이머들 매력 느껴”
“스타크 한판 할까요” 묻자 “한국인 실력 겁날 정도 내가 절대 이길수 없어요”
스타크래프트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위해 택한 수단은 온라인(화상)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서 접속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무실.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백발에 수염이 덥수룩했고 몸은 야위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이가 드니 늙는 건 당연한 일이죠. 곧 스타크래프트 2탄 공개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라 치장을 못하기도 했고….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한국 게이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랍니다. 지금 우리 회사 전체가 들떠 있어요.”
―현재 한국의 게이머들은 ‘아이온’, ‘서든어택’ 등 수많은 한국산 게임을 즐기고 있죠. 스타크래프트 2탄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스타크래프트 2탄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내가 해본 게임 중 가장 재미있다고 자부합니다. 양질의 후속편을 만들게 된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그간 한국인들이 보여준 열정이었죠. 적어도 한국 게이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남다른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정보기술(IT) 산업 태동기에 스타크래프트가 소개되면서 문화에서 산업까지 파급력이 있었다는 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구인 ‘테란’, 외계 생명체 ‘프로토스’, 확산이 빠른 생물체 ‘저그’ 등 세 종족이 서로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인 점이 ‘가위바위보’ 게임과 똑같죠. 어느 종족이든 전투력에 있어서 절대 우위에 있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 속도감, 심층성에 한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더군요.”
3D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스타크래프트 2탄에도 세 종족은 그대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 한글 번역은 기본이고 진행도, 결론도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는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의 속도감을 높였다. 블리자드의 ‘한국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5월 스타크래프트 2탄 제작 발표를 서울에서 처음 했고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석가탑과 숭례문 같은 아이템을 추가했으며 한정원 블리자드코리아 전 사장을 블리자드 북아시아 본부의 대표로 발탁한 일까지….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약 3조3067억 원으로 이 중 온라인게임이 48.9%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만 280명(한국 e-스포츠협회 통계)에 이른다. 게임 가운데 가장 많다. 모하임 대표가 “한국은 우리의 첫 번째 파트너”라고 할 만하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성숙기에 접어들었죠. 업체들이 저마다 여러 장르의 게임을 내놓다 보니 게임시장 분위기가 점점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사이트 ‘배틀넷’을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의 장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게임을 하며 친구도 사귀고 채팅도 하는 그런 장소 말이죠.”
인터뷰 말미에 한국 게이머와 화상으로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봤다. “마재윤 같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장면을 봐서 한국 게이머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게임하면 난 절대 못 이길걸요. 겁이 날 정도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