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남아에서 당한 그대로? 알면 놀라는 일본인 상대 바가지

  • 입력 2009년 5월 21일 16시 29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언제나 일본인 관광객들로 가득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언제나 일본인 관광객들로 가득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적잖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명동을 중심으로한 쇼핑에 열을 올리지만 적잖이 바가지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적잖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명동을 중심으로한 쇼핑에 열을 올리지만 적잖이 바가지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요즘 서울 명동의 길거리는 일본인들로 넘쳐난다.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된 환율 효과로 올 들어 매달 20만 명 이상의 일본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상술이 창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국인 요금과 일본인 요금

서울 명동에서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닭꼬치, 떡볶이 등 '길거리표 패스트푸드'의 경우 내국인과 일본인 대상 가격이 각각 다른 곳이 많다. 1000-2000원에 파는 닭꼬치를 일본인에겐 무조건 500엔(약 6000원)을 받는 곳이 수두룩하다. 떡볶이나 오뎅 등의 1인분 음식 역시 5000원 이상이다. 동행한 한국인이 있어 한국어로 항의를 하면 그제야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파워 블로거 사카야 씨(28)는 "일본 관광객들은 명동에선 떡볶이 1인분 5000원 이상씩 내고 먹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술에 대한 당사자들의 항변도 황당한 수준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파는 게 애국하는 길이다" "우리도 동남아에서 엄청 당했기 때문에, 일본에 이 정도는 별게 아니다"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라는 것.

이 정도 바가지는 콜밴의 상술과 찜찔방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일본인이 탈 경우 콜밴이 돈 만원이면 갈 거리를 미터기 조작이나 멀리 돌아가는 방식으로 5배에서 10배씩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제시된 가격이 부당해도 언어 소통이 안돼 제대로 항의조차 못한 채 불만을 안고 떠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다는 점. 일본인 통역으로 콜밴을 탔던 K씨는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한 콜밴 운전사가 황당한 비용을 제시하기에 '나 한국 사람이다'고 항의했더니 '네 몫 떼어 줄테니 가만히 있어라'는 답이 되돌아왔다"고 황당해 했다.

일본인들이 많이 몰리는 찜질방은 1인당 7만-10만원을 받는 곳도 많다.

일본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는 서대문 모 찜질방의 일본인 전용 가격은 8만5000원. 입장료와 때밀이, 손톱손질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지만 한국인이 8000원 정도의 입장료로 찜질방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일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찜질방 비용에 가이드 비용이나 관광버스 기사 비용이 포함됐다"며 "일종의 패키지여행의 옵션으로 보는 게 맞다"고 대답했다. 왕복 항공료에 불과한 한국 패키지 관광비의 적자 분을 이 같은 옵션 관광으로 충당한다는 얘기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당한 것을 복수?

그러나 이 같은 바가지 행태는 결과적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 누리꾼은 "우리가 동남아시아나 중국에 관광 갔다가 내국인, 외국인 요금을 차별하는 것을 보고 분개했는데 우리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며 "이런 마인드로 관광대국을 지향한다는 게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런 행태에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정보 공유에 능하므로 계속 바가지를 씌우다가는 결국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사라질 것이므로 파파라치 제도를 통해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로거 사카야 씨는 "단순히 값싼 쇼핑을 위해 한국에 몰린 일본인들이 무조건 명동으로 몰렸기 때문에 바가지 상술이 창궐하는 것"이라면서 "명동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더욱 근사한 한국이 있음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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