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현장, 화상으로 실시간 챙긴다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화상회의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을 적용해 국내와 해외 현장을 연결하는 움직임이 건설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김동욱 사장 등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해외 공사현장 책임자로부터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사진 제공 현대엔지니어링
화상회의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을 적용해 국내와 해외 현장을 연결하는 움직임이 건설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김동욱 사장 등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해외 공사현장 책임자로부터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사진 제공 현대엔지니어링
■ 건설업계 IT경영 강화

얼굴보면서 수시로 회의 결재-보고주기 크게 단축
해외리스크 본사서 챙겨 효율성 높아져 원가절감

6월부터 현대건설의 해외지사장들과 해외공사 현장소장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보고를 해야 한다. 그동안 서류로만 이뤄지던 칭찬과 질책이 이제는 실제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오가게 된 것이다. 김중겸 사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해외지사망과 해외사업 관련 업무체계를 개편 중인 현대건설은 본사와 해외지사 및 공사현장을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매주 한 번씩 진행될 화상회의에는 김 사장을 비롯한 본사 경영진, 해외의 지사장과 현장 책임자가 참석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중동의 사막과 동남아시아 오지의 공사현장에도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마련 중이다.

○ 생생한 현지상황 파악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현장과의 의사 교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해외지사와 공사현장 담당자들은 국내 근무자에 비해 보고 횟수가 적었고 보고 간격도 길었다. 또 CEO를 비롯한 본사 경영진이 직접 출장을 가기 전에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IT의 발달로 해외 현장을 최대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GS건설은 올해 초 해외에서 근무하는 모든 책임자와 본사 팀장급 이상 간부들의 책상에 화상대화와 전자문서 공유가 가능한 시설을 설치했다. 그 결과 화상채팅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지난해까지는 정기 화상회의 때만 본사의 각 사업본부장들과 해외 책임자들이 모니터로 대면회의를 했다.

매주 1회 2∼3시간씩 본사와 해외현장을 연결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김동욱 사장은 해외출장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에도 화상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해외 근무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업무 강도 긴장감 커져

건설사들이 해외지사와 공사현장에 대한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해외사업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금액은 약 112억2233만 달러로 지난해의 50.9%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또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사 4곳이 수주했던 쿠웨이트의 ‘알주르 제4정유공장 프로젝트(NRP)’가 취소되는 등 기존 사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국내 사업에 비해 규모와 위험도가 큰 해외사업의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해외현장은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항목이 적고 대부분의 보고가 문서로만 이뤄져 국내 현장보다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 결과 공사추진 속도와 비용절감 효과가 국내 사업장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쌍용건설은 3월부터 해외사업장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개편했다. 기존 ERP는 국내 공사현장만 매일 실시간으로 인력, 비용, 물품 등과 관련된 자원 현황을 입력하고 해외사업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보고하면 됐지만 3월부터는 해외사업장도 국내처럼 매일 실시간으로 자원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김동욱 사장은 “화상회의를 시작한 뒤 해외현장의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고 원가절감과 이로 인한 수익창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IT 기반의 보고체계를 강화할수록 해외지사와 공사현장의 보고 부담, 나아가 업무 강도가 훨씬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EO가 바뀐 뒤 긴장도가 크게 높아진 현대건설 본사에서는 이제 해외현장에서도 본사의 긴장도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마련한 화상 시스템 덕분에 해외와 본사 간부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며 “해외현장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게 수월해졌지만 해외에 있는 직원들 사이에선 예전보다 일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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