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유동성 과도한 상태 아니지만 주택담보대출 늘면 집값 급등 우려”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이성태 韓銀총재 밝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개인이 주식투자를 직접 하는 경향이 확대되면서 단기 유동성(자금)이 증가했지만 과도하게 공급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유동성 상황’을 보고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만기 2년 이하 은행 예금과 2금융권 예금 등을 포함한 광의의 통화(M2)는 별로 늘지 않은 반면에 수시입출금식예금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자금을 뜻하는 협의의 통화(M1)는 크게 증가했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M2 증가율은 13.1%로 M1 증가율보다 7.9%포인트 높았지만 올 3월에는 M2 증가율(11.1%)이 M1 증가율보다 3.2%포인트 낮아졌다. 돈이 도는 속도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최근 단기 유동성이 811조 원 수준으로 급증한 이유로 △금리 하락에 따른 장기금융자산의 투자매력도 감소 △미래의 위험이나 투자에 대비한 기업의 단기금융상품 투자 증가 △개인의 주식투자 방식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종전에는 개인이 펀드를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많이 했지만, 최근 펀드를 환매해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면서 고객예탁금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유동성이 많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 같은 단기 유동성 증가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정도로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금융시장을 포함한 경제 분야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단기 유동성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단기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함께 급증하면 집값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동성 상황은 금리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활동, 조세제도, 은행의 건전성 수준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만큼 정책을 펼 때 정부와 한은, 감독당국이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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