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전망대]CDO 역할을 아십니까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베어스턴스, GM, CDO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세계경제를 캄캄한 암흑 속으로 몰아넣은 불길한 키워드들입니다. 베어스턴스는 지난해 3월 파산위기에 몰려 세계금융위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투자은행입니다. GM은 금융에서 실물로 번진 위기의 상징입니다. 우리말로 부채담보부증권이라고 불리는 CDO는 금융위기를 부른 ‘도깨비 금융상품’의 이름입니다.

베어스턴스와 GM은 경제위기의 키워드라는 점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즈니스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시키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카탈리스트가 2007년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수와 기업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500대 기업을 여성 임원 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최상위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인 데 비해 최하위그룹은 9.1%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셈이지요. 베어스턴스와 GM은 이 조사에서 여성임원의 수가 최하위 그룹에 속했던 곳입니다.

물론 베어스턴스와 GM이 여성인재를 푸대접해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겠지요. 하지만 ‘우먼파워(Woman Power)’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의 경쟁에서 낙오한다’는 인식이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바로 CDO입니다.

부채담보부증권이 우먼파워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요?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CDO는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의 약자입니다. CEO가 경영을, CFO가 재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것처럼 CDO는 조직이 성별과 인종에서 다양성을 갖도록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최고임원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CDO라는 용어가 아직 생소하지만 상당수 글로벌기업에서는 CDO의 역할과 위상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입니다. 지멘스, GE, 씨티그룹, 존슨앤존슨, 나이키, 제록스, 펩시콜라 등이 바로 그런 기업들입니다.

이쯤에서 여성이 일찍부터 사회 진출을 한 서구와 그렇지 않은 한국은 다르다는 반론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서울 시내 외국어고의 여학생 비율은 59.1%라고 합니다. 과학고는 35.4%로 이보다는 낮지만 1988년 0.9%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무서운 신장세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인재들이 선호할 만한 기업문화와 인사제도를 서둘러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회사는 우수인재를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인거죠.

여성인재 활용을 꺼리는 기업에서는 “여자들은 능력이 뛰어난 경우에도 힘든 일이나 자기희생을 싫어해 전반적으로 조직의 능력을 갉아먹는다”고 말합니다. 마치 신성한 ‘주문(呪文)’처럼…. 하지만 이는 회사의 미래를 저주하는 자기최면에 불과합니다. 여기자의 비율이 37.5%인 동아일보 산업부에서 중간관리를 맡고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천광암 산업부 차장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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