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우리도 판매 느는데 무슨 소리”
현대자동차가 3월 초 내놓은 신형 ‘에쿠스(사진)’를 둘러싸고 현대차와 수입차 업계 간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핵심은 에쿠스가 경쟁 차종의 판매에 영향을 미쳤느냐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최근 “에쿠스 판매 직후 서울 강남의 수입차 거리가 북적거렸는데 에쿠스와 비교해보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에쿠스가 고급 수입차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쿠스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현대차 측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에쿠스의 판매는 3월 911대에서 4월 2030대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 같은 주장에 수입차 업계는 물론 에쿠스와 동급인 ‘체어맨W’를 생산하는 쌍용자동차도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수입차 업체는 “3월 이후 우리 차를 구입한 고객 중 상당수는 에쿠스를 사러 갔다가 마음을 바꾼 경우가 많다”고 오히려 ‘역(逆)에쿠스 효과론’을 펴기도 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현대차가 에쿠스 신차 발표에 앞서 개최한 비교시승회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메르세데스벤츠 ‘S500’, 렉서스 ‘LS460’의 판매 대수를 보면 결과는 무승부로 봐야 할 것 같다.
올해 들어 S500의 판매 대수는 △1월 36대 △2월 38대 △3월 39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크게 줄어들었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109대나 판매됐다. 지난해 월별 최대를 기록했던 4월 판매(128대)를 회복한 수준이다. LS460은 1월(38대), 2월(40대)로 판매가 늘어나는 듯하다가 3월에 28대로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달 66대가 팔리며 회복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는 우려했던 만큼의 ‘에쿠스 효과’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시장 상황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어맨W는 1, 2월에 판매 대수가 각각 203대, 229대에 그쳤으나 에쿠스가 출시된 이후인 3월 254대, 4월 343대 등으로 오히려 판매가 크게 늘었다. 당초 자동차 업계에선 에쿠스가 경영위기에 빠진 쌍용차의 체어맨 수요를 대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