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비 비상
(박제균 앵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기준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승용차의 평균 연비를 크게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까지 20% 가량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김현수 앵커)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연비 개선 프로젝트에 나선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장강명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현대-기아차가 이렇게 차들의 연비를 높이겠다고 나선 배경이 뭔가요?
(장강명 기자)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이 자동차 연비에 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차를 팔려는 자동차회사들은 2016년까지 배기가스는 지금보다 40%를 줄여야 하고 연비는 23%를 높여야 합니다. 이 기준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지금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비 기준은 L당 11.7km 정도입니다. 그런데 강화된 규제에 따르면 이를 2016년까지 L당 15.1km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이 같은 정책은 석유 소비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아보자는 취지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데다 길게 보면 석유 가격도 오를 테니 꼭 이번 규제 강화가 아니더라도 연비를 높이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큰 과제입니다.
(박제균 앵커) 그럼 2015년부터는 연비가 L당 15.1km 이하인 차는 미국 도로에서 한 대도 굴러다닐 수 없다는 얘긴가요?
(장) 그건 아닙니다. 이 연비 기준은 개별 차량마다 설정되는 것은 아니고요, 해당 업체가 생산하는 전체 차량의 평균으로 연비 기준 준수 여부를 판정합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연비가 낮은 대형차를 팔지 않고 경차와 소형차만 팔기로 하면 기술 개발 없이도 평균 연비를 높일 수는 있습니다.
(김 앵커) 현대-기아차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장) 네. 2007년 기준으로 L당 12.2km 정도였던 미국 수출차의 평균 연비를 2010년까지 L당 12.8km, 2012년까지는 13.4km 수준으로 높인 뒤 2015년까지 L당 14.9km 수준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1L를 넣었을 때 갈 수 있는 거리를 8년 동안 22%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화된 규제에 따르면 이를 2016년까지 L당 15.1km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현대-기아차가 2015년까지 L당 14.9km 수준으로 높인다면 2016년까지 1년 사이 L당 0.2km를 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한국에서 파는 차량은 연비를 높이지 않아도 되나요?
(장) 한국 정부도 2012년부터 연비 기준을 지금보다 크게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파는 것만 생각한다 해도 연비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전체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L당 11.47km였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경차의 평균 연비는 L당 17km 안팎이어서 지금도 미국이 강화하겠다는 기준을 충족합니다. 그러나 대형차는 평균 연비가 9k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모델을 보면 연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의 국내 연비가 L당 15.2km 수준입니다.
(김 앵커)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연비를 올리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장 기자) 예. 현대-기아차는 차 무게를 가볍게 하고 엔진 안에서 연소 효율을 향상시키거나 변속 장치에서 에너지 전달 효율을 늘리는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연비가 높은 중소형차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어서 대형차가 많고 연비에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미국 차 회사들보다는 형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연비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나 유럽 차 회사들을 생각하면 결코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궁극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차 등 친환경 차량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일본의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연비가 L당 20km를 넉넉히 넘깁니다. 유럽 업체들은 친환경 디젤 차량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죠.
현대-기아차도 올해 여름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관련 기술을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어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박 앵커) 장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