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국민연금공단’ 外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44분


▼국민연금공단▼
작년 166억원 흑자… “국민미래 책임진다”
중장기적 국민소득 보장하는 ‘포탈기관’ 정립이 목표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전 세계의 주요 공적 연기금 가운데 유일하게 166억 원의 흑자를 거뒀다. 세계 금융전문가들은 그 성과에 놀랐다.

국민연금공단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전문지인 ‘아시안 인베스터’에서 주는 ‘올해의 최고기관투자가’ 상을 받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도 위험관리와 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우수한 운용성과를 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국민연금공단의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은 이른바 ‘종합소득보장기관’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장애인 소득보장기능을 지원하며 다층의 노후소득보장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연금공단에서 기초연금 도입과 특수직역연금 연계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성사될 때 중장기적으로 국민의 소득을 보장하는 포탈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이 낮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여 가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역량을 최대한 모으면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선진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단은 무엇보다 ‘국민이 기분 좋게 보험료를 내고 기분 좋게 연금을 받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기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운용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공단은 4월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체 부서 가운데 18.2%인 116개를 폐지했고, 간부직은 모두 현업에 배치했다. 행정지원 인력도 99명을 줄였다. 직원들의 임금 반납분으로 청년인턴 463명을 채용키로 했다. 이 가운데 4월 말까지 200명이 이미 채용됐다.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해 국민연금기금을 까먹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청풍리조트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구조조정 못지않게 서비스의 ‘업그레이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객 창구와 현업 서비스 획기적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105개의 혁신과제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직접 챙기고 있다.

금융전문가인 박 이사장의 경영 방침이 공단의 선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박 이사장은 “잘못된 것은 바로 세우고, 부족한 점은 서둘러 개선하며, 조직의 강약을 고려한 인력 재배치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런 철학이 현재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업은행▼
잡 셰어링… 기부… 경제난 극복 앞장
자금공급도 6.2%늘려 총 32조원 풀어 시장 안전판 역 자임

한국산업은행은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은은 경제난 극복에 동참하는 방안의 하나로 올해 초 임원 기본급을 50% 수준으로 삭감했고 대졸 신입사원 초임도 20% 인하했다. 이어 3월에는 부·점장급 직원 기본급의 5%를 반납해 이를 잡 셰어링에 사용하거나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올해 상·하반기 각각 100명씩 200명의 청년 인턴을 6개월간 채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상반기 인턴 채용은 이미 완료됐다.

산은은 올해 자금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6.2% 늘어난 총 32조 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돕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6대 전략 부문에 특별시설자금 7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성장 동력 확충에 2조5000억 원, 녹색산업과 지역경제 지원에 각 1조 원, 서비스산업에 7000억 원 등이 지원된다.

산은 민유성 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업무계획을 만들 때 32조 원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어쩌면 32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상반기 안으로 약 10조 원 규모의 실물경제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해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10조 원 중 4조3000억 원은 산은이 신규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녹색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그린퓨처펀드’에 쓰이고 5000억 원은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미래스타펀드’에 쓰일 예정이다. 산은과 거래하는 해운업체의 선박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도 1조 원을 쓸 계획이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채권을 사들여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도 지속한다.

산은은 올해 9월 ‘정책금융공사’와 ‘산은금융지주’로 분리되며 민영화를 향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는다. 산은은 민영화 이후 단계적 발전을 통해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내의 상업·투자은행(CIB·Commercial-Investment Bank)’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른바 ‘비전 20-20-20’이다.

산은은 민영화 이후 소수정예의 효율적인 조직을 유지하고, 성과에 토대를 둔 보상체계를 마련해 공기업 체질을 과감히 바꿔 간다는 계획이다. 민 행장은 “산은 내부의 보수체계를 성과에 근거한 차등 성과급으로 확실하게 바꿀 것”이라며 “우리 내부는 환골탈태하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하이원리조트▼
꼭 쓸 곳에 돈 풀어 ‘공리민복’ 실천
조직은 슬림화하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는 카지노를 운영해 수익을 창출해온 공기업이다.

최영 강원랜드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박이라는 사행사업을 정부가 허락하는 이유는 공리민복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선진화 계획이 어느 공기업보다 ‘예산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인 셈이다. 최 사장의 경영원칙도 ‘절약’이다.

공기업은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와 이익을 창출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써야 될 곳에 돈을 쓰고 있는지, 돈을 쓴다면 가장 알뜰하게 쓰고 있는지, 똑같은 돈을 써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최 사장은 특히 “강원랜드 사업 모두를 원점에서부터 검토해 정말로 (돈) 쓸 곳에는 제대로 쓰고, 아껴야 할 것은 단 한 푼이라도 아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는 국가적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를 실시하기도 했다. ‘6본부 14실 52팀’의 조직을 ‘3본부 9실 37팀’으로 개편했고 간부급 보직자도 76명에서 51명으로 32.9%를 줄였다.

모든 임원(14명)은 연봉의 10%를 자율적으로 반납했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청년인턴 24명을 당초 계획보다 더 뽑았다.

채용된 인턴사원들은 일정 기간 인턴실습을 받게 되고 이 중 평가 우수자에게는 정규직 채용 시험 때 5%의 가산점을 받는 특혜가 베풀어진다.

강원랜드 측은 “앞으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분위기 확산에 동참하고 청년실업 해소 노력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의 존립기반인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은 2015년 폐기되는 한시법이다. 6년 후면 강원랜드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폐특법의 시한 만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를 대비해 카지노 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강원랜드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카지노리조트’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지노 시설만 보면 마카오 등의 대형 카지노와 경쟁상대가 되지 않지만 강원랜드는 빼어난 자연경관에 스키장과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는 장점이 있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원랜드는 요즘 장애인스키 같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의 마음까지 사 들이겠다는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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