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계의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8월 하나은행에서 분사하는 하나카드가 통신·유통 기업과 합작 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에 나섰다. 국민, 우리은행, 농협 등도 카드사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 씨가 대표로 있는 보고펀드는 최근 비씨카드의 2, 3대 주주인 하나은행, SC제일은행과 지분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은 각각 16.83%, 14.85%. 보고펀드는 이를 합한 31.68%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두 은행과 합의했으며, 다음 주 비씨카드에 대한 정밀심사를 벌인 뒤 가격 협상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앞으로 보고펀드는 비씨카드의 우리은행 보유 지분(27.65%)도 인수해 지분을 5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현재 11개 은행 및 카드사가 9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자체 영업이나 회원관리는 하지 않고 회원 은행에 대한 카드 발급, 결제 처리, 가맹점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는 주인 없는 회사인 데다 국내 최대의 카드 결제망과 가맹점 등 탄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비자나 마스타카드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8월 하나은행에서 하나카드를 분사하기로 하고 통신·유통 관련 기업과 합작 카드사 설립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지분 취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와도 접촉 중”이라고 말해 어느 쪽이든 합작이 이뤄지면 카드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 우리, 국민은행도 카드사업 분사를 확정했거나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계에서 은행에 치우쳐 있는 금융그룹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카드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카드 분사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