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은 최근의 금융 변화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무덤덤해졌다. 그동안 여러 불안한 상황을 실제 경험해봐서 더욱 그렇다. 3월 이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주식 및 펀드 투자를 늘린 사람이 많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보면 신규 투자 규모는 크지 않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호가가 많이 오르고 급매물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금융 불안 이전의 분위기와 비교해보면 매우 차분한 편이다.
과거보다 부자들이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역시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펀드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부동산 가격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자산가들은 주가가 올랐다고 해도 투자 방향성에 확신을 갖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 주가가 상승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많은 금융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예전에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는 ELS, ELD는 이른 시일 내에 모집한도가 쉽게 마감됐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부자들이 이들 상품보다는 좀 더 안전한 상품 위주로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모집한도가 과거처럼 쉽게 마감되지 않고 있다.
자산가들은 연초에는 안전한 국공채 위주의 채권 투자를 선호했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국공채보다는 좀 더 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파생연계증권(DLS)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연초에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에서 안전자산을 찾아 국공채 상품에 투자했던 자산가들은 최근 금리가 바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환매타이밍을 잡고 있다. 안전한 국공채에 3∼5개월 단기간 투자해 연환산 6∼8% 수익률을 얻은 것에 만족해한다. 이들은 환매한 자금으로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이나 외화후순위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 은행에서 속속 발행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채권이나 외화표시후순위채권은 안전성을 갖추면서 고금리를 받을 수 있어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좋다. 하이브리드채권은 보통 30년 만기에 5년 후 발행은행에 콜옵션이 있어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5∼10년이 지나면 추가금리가 붙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과거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고 기본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은행들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30년 만기에 연이율 5.95%인 7000억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공모한다. 은행외화표시후순위채권은 최근까지 많이 거래가 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시중금리 대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자산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상품이다.
자산가들은 최근 국내외로 정치적인 불안요인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불안해하지 않는다. 가끔 전쟁에 대비한 금융자산관리방법을 문의하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불안시기가 기회이기도 했다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조심스럽게 금융시장을 관망하고 있다.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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