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통장 증권사로 옮길까?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이달 CMA 신용카드 등장 앞두고 직장인들 계좌 갈아타기 ‘고민’

은행선 “대출-안전성 따지세요”

‘은행 월급통장, 증권사로 바꿀까 말까?’

1일부터 월급통장 교체를 놓고 직장인들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증권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높은 금리에 더해 CMA로 카드 대금을 직접 결제할 수 있는 ‘CMA 신용카드’를 이달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7월경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어서 은행권의 단기 수신자금이 CMA 쪽으로 대거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MA의 화끈한 변신

지금까지 CMA는 공휴일에 입출금이 불가능했고, 해당 증권사와 제휴하지 않은 카드회사나 보험회사 쪽으로 돈을 보낼 수도 없었다. 또 CMA 체크카드는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어야 결제가 가능했고 할부거래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로 선보이는 CMA 신용카드로는 계좌에 잔액이 부족해도 물건을 살 수 있고 할부거래도 가능해진다. 7월 소액지급결제가 시작되면 CMA 계좌를 통해 △주식투자 △자동이체 △송금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수시입출금 같은 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며 거래시간의 제약도 사라진다. 은행 계좌로 하던 모든 거래를 CMA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마케팅 총력전에 돌입했다. 사실 CMA 자체로는 증권사의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계좌로 들어온 자금을 이용해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른 상품을 팔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CMA에 신용카드와 지급결제 기능이 더해지면 중장기적으로 은행권 단기수신 중 20조 원 정도가 증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 월급 어디에 넣을까

증권사들은 고금리와 각종 부가서비스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은행은 안정성과 대출금리 우대를 무기로 고객을 붙잡고 있다.

CMA의 현재 금리는 평균 연 2.5% 선으로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보다 높다. 증권사들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한다’는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출시한 CMA ‘서프라이스’ 가입자에게 300만 원 한도로 연 4.1%까지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펀드, ELS 등 증권사가 판매하는 투자상품에 가입하기에도 CMA가 편리하다. ‘투자의 허브 계좌’가 되는 셈이다. 일부 증권사는 자사 CMA를 통해 적립식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이체·출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투자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부대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반면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는 종금형 CMA를 제외한 나머지 CMA는 최악의 경우 원금손실이 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은행의 가장 큰 무기는 대출과의 연계성이다.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구현수 과장은 “입사 초기에 증권사 CMA에 가입한 고객들도 결혼, 이사 등으로 대출을 받게 되면 거래실적을 높이기 위해 은행 계좌로 옮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급여이체를 한 고객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한도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희망재무설계 송승용 컨설팅팀장은 “은행 계좌를 쓴다고 해도 신용도가 좋지 않거나 꾸준히 거래하지 않으면 대출금리를 우대받기 어렵다”며 “100원이라도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곳과 거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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