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공격적 마케팅 효과
고환율과 경기 침체로 수입차 업계가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5000만 원 이상 고가 차량이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팔린 수입차 1만6903대 중 5000만 원 미만 차량은 7818대로 전체의 46.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53.2%에 비해 6.9%포인트 감소한 것. 5000만 원 미만의 중저가 수입차 판매 비중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해 왔다.
○ 경기 침체 속 고급화 경향 나타나
5000만∼7000만 원, 7000만∼1억 원,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차량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지난해에 비해 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경기 침체 속에 수입차 시장에서 오히려 고급화 경향이 나타난 것. 이 같은 추세는 ‘진짜 부자들은 경기를 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황이라고 저가 마케팅을 펴지 않은 수입차 업체들의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고가 수입차를 사는 사람은 있었다”며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업계 1, 2위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BMW코리아의 교훈을 모두 알기 때문에 이번에 손놓고 지낸 수입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불경기 속에 올해 주력한 마케팅은 크게 ‘금융 프로그램 지원’과 ‘전시장 문턱 낮추기’다. 최윤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과장은 “럭셔리 차들은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차라리 그보다는 할인이나 다름없는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들을 많이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벤츠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무이자 할부를 도입했으며, 혼다코리아도 전 차종을 대상으로 차 값의 5%에 해당하는 등록세를 대신 내주는 등의 금융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고차 가격을 보장하는 프로모션을 펼쳤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이 프로모션을 5월 실시한 뒤로 대표 세단인 ‘파사트’와 ‘페이톤’의 판매가 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 전시장으로 고객 끌어오는 게 중요
전시장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여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계속 유지하는 대면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불황일수록 사람을 직접 만나야 물건을 팔 수 있고 수입차처럼 고가의 제품일수록 판매 공간으로 고객을 끌어오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9곳의 전시장에서 고객 초청 행사를 벌였다. 전시장별로 디너쇼와 대인관계 전략이나 현대미술 등의 교양 세미나, 와인과 요리 강좌 등을 진행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5월 ‘키즈 세이프티 캠페인’을 벌이면서 전국 공식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투명 우산을 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양지 마케팅’이 있는가 하면 드러내지 않고 벌이는 비용 절감 노력도 상당하다고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각종 행사 기념품을 미니어처에서 잡지로 바꾸거나 아예 이벤트 횟수를 줄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