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의 매운맛을 5단계로 구분하는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던 CJ제일제당과 대상이 매운맛 단위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 추진하던 ‘매운맛 공동기준’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CJ제일제당은 1일 “대상,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1년 동안 연구해 고추장의 매운맛을 구분하는 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상 측이 곧바로 “공동연구 결과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CJ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박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단위’다. 대상 측은 고추장 1kg당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의 함량(mg 기준)을 나타내는 단위를 ‘ppm’으로 쓸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상보다 먼저 보도자료를 낸 CJ제일제당 측이 ppm에 15를 곱한 수치인 ‘스코빌’ 지수를 쓰자 대상이 문제를 제기한 것.
제품 판매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번 마찰과 무관하지 않다. 대상 측은 “우리가 지난달 초 고추장에 수입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반응이 좋아지자 긴장한 CJ제일제당이 자체 제품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먼저 발표했다는 시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올해 4월 말부터 공동발표를 하자는 제안을 신제품 시판 등을 이유로 거절한 건 오히려 대상 쪽”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두 회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단위 기준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매운맛에 대한 공동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