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펀드 ‘특정국가 편애’는 위험해요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개별 국가 따로따로 투자 인기
분산 투자 펀드는 설정액 줄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브릭스 4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약 68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자금 가운데 5749억 원이 중국펀드에 투자됐고, 러시아와 브라질펀드에 각각 890억 원, 344억 원이 몰려 최근 되살아난 신흥시장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

투자열기가 되살아나긴 했지만 브릭스에 대한 투자가 처음 본격화됐던 2006∼2007년과는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 당시에는 ‘슈로더브릭스펀드’처럼 4개 국가 증시에 동시에 투자하는 브릭스펀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4개 국가의 개별 펀드에 차별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 브릭스 4개국에 분산투자하는 브릭스펀드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오히려 400억 원가량 줄었다.

이런 현상은 상승장에서 4개 국가에 동시에 투자하는 브릭스펀드의 수익률이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국가 가운데 러시아 증시는 1월 초 이후 현재까지 72% 상승했고 인도 증시는 47% 올라 러시아펀드와 인도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도 각각 56.07%, 48.13%나 됐다. 그러나 4개국에 분산 투자한 브릭스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34.86% 수준으로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낮다.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개별 브릭스 국가의 호재와 악재가 부각되면서 4개 국가에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각각의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브릭스 4개국 가운데 러시아와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위험 요인도 많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여당이 이끄는 통일진보연합(UPA)이 총선에서 압승한 지난달 18일 인도 증시는 17% 정도 급등했으며 그 영향으로 펀드 수익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경제개혁이 빨라지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인도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5월의 작년 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이 8.03%에 이르는 데다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하고 무역 및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머지않아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러시아 증시는 원자재 관련 기업이 시가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6달러(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까지 올랐지만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른 브릭스 국가들의 경기가 1분기(1∼3월)에 저점을 딛고 상승할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최근 실업률이 급등하고 소매판매가 둔화되는 등 경기회복이 부진한 것도 위험요인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이동수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브릭스 국가는 국가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유망해 보이는 한곳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브릭스펀드 등에 가입해 분산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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