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시승기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덩치는 준중형 엔진은 8기통… 그야말로 ‘괴물’

세상에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밖에 없다. 벤츠는 준중형급 작은 차체인 C클래스에 8기통 6.2L에 이르는 대배기량 엔진을 구겨넣고 ‘C63 AMG’(사진)라는 이름을 붙였다. 벤츠를 제외한 어떤 브랜드도 이런 패키지로 차를 만들면 판매에 성공할 수 없다. 벤츠라는 브랜드 가치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 셈이다.

최고출력이 457마력에 이르는 C63 AMG는 한마디로 ‘괴물’이다. 힘이 남아도 너무 남는다. 타이어는 엔진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수시로 비명을 질러댄다. 타이어와 휠이 분리될까 봐 걱정일 지경이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4.5초. 정밀장비로 직접 측정한 결과 제원과 거의 같은 4.6초가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속 200km를 15초 만에 끝내버린다는 사실이다. 드래그 레이스에 사용되는 400m 직선 주행로를 주파하는 시간은 12.7초이고 통과속도는 시속 184km에 이른다. 시속 250km에서 작동되는 속도제한 장치를 풀면 어렵지 않게 시속 300km를 돌파할 수 있다. 이마저도 차체의 크기를 생각해 의도적으로 출력을 줄여놓았기 때문에 다소 얌전해진 것이다. 이 엔진이 CL클래스에 들어갈 때는 525마력까지 늘어난다.

디자인은 얼핏 보면 일반 C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곳곳에 포인트가 들어 있어 범상치 않은 차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보닛에는 두 개의 불룩 솟은 돔이 눈에 띄며 중앙의 삼각별을 비롯해 벌집무늬가 돋보이는 AMG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고 있다. 2개의 트윈 머플러 또한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앞범퍼 하단의 에어벤트도 일반 C클래스와 구분되는 포인트다. 무엇보다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AMG의 매력포인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큰 엔진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운전대를 돌렸을 때 차체가 반응하는 속도가 스포츠모델치고는 더딘 편이다. 경쟁모델인 BMW의 ‘M3’보다 직진 가속력은 빠를 수도 있지만 핸들링에서는 판정패다. 그래서 ‘무식하게 직선도로에서만 빠른 차’라고 혹평하는 자동차 마니아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63 AMG의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외부 디자인과 박력 있는 배기음, 생각보다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벤츠의 로고는 소유욕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L당 5km 정도밖에 가지 못하는 연료소비효율도 덤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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