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미분양 아파트의 판매 속도가 최근 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는 것을 두고 주택시장에서 나오는 말이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조치를 2월에 내놨지만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천 청라지구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분양경기가 호조를 보인 4월 이후에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등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 중에는 계약률이 90%를 넘긴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나 김포시 김포한강신도시 등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미분양도 잘 고르면 효자
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는 상품일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입지 또는 교통 여건이 좋지 않거나 분양가가 너무 비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측을 한다. 이런 평가는 상당 부분은 현실과 부합한다. 하지만 이런 품평이 모든 미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택경기가 비교적 좋은 상황에서 발생한 미분양 아파트는 평가절하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유례없는 경기 침체기에는 괜찮은 물량도 과도한 수요 위축으로 미분양 딱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신규 분양보다 혜택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한 채에 분양가의 10% 정도 내야 하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5% 등으로 낮춰 주는 것은 기본이고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곳이 많다. 대출받은 중도금의 이자를 입주 이후에 내도록 하는 새 아파트보다 유리하다. 여기에다 발코니 확장이나 새시 시공 비용도 무상으로 지원하는 단지가 많다. 계약할 때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시점에 요긴하게 써야 하는 청약통장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집값이 오른다 해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걱정이 없다. 정부가 내년 2월 11일까지 매입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100% 또는 60% 감면해 주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취득·등록세를 감면받는 혜택도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에다 분양경기가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GS건설이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서 분양 중인 ‘일산 자이 위시티’는 전체 물량 4683채 가운데 95%가 팔렸다. 우남건설이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한 ‘우남 퍼스트빌’도 올 초 70% 정도였던 계약률이 최근 90%를 넘었다. 동양건설산업이 김포시 걸포동에 공급한 ‘오스타 파라곤’은 전체 1636채 가운데 안 팔린 물량이 고작 5채다.
○ 유의할 점을 꼼꼼히 체크해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만큼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때는 따져 봐야 할 유의점도 많다. 우선 단지 규모가 큰 아파트가 좋다. 단지 규모가 크면 해당 지역의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주목도가 높아진다. 단지가 크면 지상의 녹지공간이 넓고 주변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질 수 있다. 대단지에 고급 브랜드이면 더욱 좋다.
주변 여건도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만한 호재가 어떤 항목이 있는지, 주변에 혐오시설은 없는지, 교육 여건은 어떤지 등을 발품을 팔면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미분양 아파트는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잔금 납부 등 자금계획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