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급행역의 힘!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6분


개통 앞두고 가양 -염창역 주변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

강남권까지 25분이면 진입… 지속상승은 두고 봐야

《“급행역의 힘을 믿고 사는 거죠. 2, 3년 지난 뒤 지하철 9호선의 위력, 특히 급행역의 편리함을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게 된다면 아파트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올라갈 겁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도시개발3단지 근처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59.5m²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계약서를 쓰던 증권사 직원 최모 씨(27)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강남 3구를 포함한 버블세븐 지역에 비해 훨씬 싸고 근처에 급행역인 가양역이란 ‘특별한 호재’가 있다는 점 때문에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급행역 인근 중개업소 북적

강서구 가양동 등촌동 염창동 일대 아파트는 그동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근 이곳에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대형 변수가 생겼다. 12일 개통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9개의 급행역 중 가양역과 염창역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강남권에 진입하는 데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염창역과 가양역 근처는 다른 급행역이 있는 여의도, 동작, 고속터미널, 신논현 같은 기존 인기 지역보다 아파트 값이 많이 싸다”며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아파트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도시개발3단지를 비롯해 가양동 가양6단지, 등촌동 주공10단지 등 급행역 인근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평일 오후 2, 3시인데도 고객들이 북적거렸다. 일부 중개사 사무소에서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중개사들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9호선 호재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양6단지 근처의 대상부동산 최승원 대표는 “4월부터 전화문의나 방문상담이 크게 늘었고 59.5m² 아파트를 중심으로 15∼20채가 거래됐다”고 말했다.

○ 20, 30대가 소형 아파트에 큰 관심

강서구의 급행역 인근 단지에 많은 85m² 이하 소형 아파트에는 미혼이거나 신혼부부이면서 강남권, 강북 도심지역, 여의도 등에 직장이 있는 20, 30대가 높은 관심을 보인다. 도시개발3단지 상가에 있는 한빛공인중개사 사무소 윤정은 실장은 “출퇴근하기 쉽고 9호선 호재로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20, 30대들이 주로 72.7m², 59.5m² 규모의 아파트를 많이 알아본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의 수요자 중에는 40대 중반 이상이 많다. 이날 가양6단지의 72.7m² 아파트를 알아보려고 중개사 사무소를 찾은 50대 주부는 “젊은 직장인에게 세를 주면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9호선 효과가 3년 정도 뒤에 나타나 아파트 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가양역과 염창역 인근 아파트의 매매가는 올해 초보다 약 2000만 원 올랐다. 가양6단지는 △59.5m² 2억1000만 원 △72.7m² 2억9000만 원 선이며 도시개발3단지는 △49.6m² 1억7000만∼1억8000만 원 △59.5m² 2억1000만 원 △72.7m² 2억9000만∼3억 원 선이다. 호가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염창역 근처의 극동상록수아파트, 한강동아2차아파트 등도 85m² 안팎 크기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며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인근 중개사들에 따르면 극동상록수는 86m²가 3억∼3억2000만 원, 한강동아2차 85m²는 2억8000만 원에 거래돼 연초에 비해 2000만 원 정도 올랐다.

○ 중대형은 여전히 거래 한산

일각에서는 9호선이 개통되고 나면 비(非)버블세븐 지역 중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노원, 도봉, 강북구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소형 아파트 대신 염창동과 가양동의 소형 아파트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9호선 급행역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향후 가치 상승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워낙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역이라 수요자들이 가치가 오를 것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이곳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거래가 드물다. D부동산 관계자는 “9호선이 실제 개통돼 호재가 제대로 반영되고 체감돼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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