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산량 같아도 환율 따라 구매력 달라져
개인 생활수준 가늠할 땐 1인당 GNI 주로 사용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의 생활수준이나 경제활동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이란 지표를 사용한다. GDP는 일정 기간에 한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뜻한다. 여기서 일정 기간이란 보통 1년이다. 이 기간에 처음으로 생산된 것만을 포함하기 때문에 중고품이나 과거에 생산된 재고품의 판매는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령 치즈나 피자를 만드는 데 들어간 우유는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료로 사용된 우유의 가치를 치즈와 피자의 가치와 함께 계산하면 우유의 가치가 이중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때의 우유는 우리가 마시기 위해 구입한 우유와 달리 중간 생산재라고 부른다. 주부의 가사노동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갖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GDP의 정의를 잘 이해하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GDP에 포함되는지가 쉽게 판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재고’가 그런 것 중 하나다. 요즘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동차 회사가 만든 자동차는 모두 팔리지 않고 일부는 재고로 쌓인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올해 생산된 것만으로는 부족해 과거에 생산돼 재고로 남은 자동차를 팔게 된다. 이때 자동차 재고의 증가는 차를 만든 회사가 투자활동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것으로 보아 재고 증가분을 GDP에 포함한다. 반대로 재고가 줄면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보아 GDP 계산에서 재고의 감소분만큼 제외시킨다.
이 밖에도 중고 물품이나 이미 지어진 주택의 구입에 지출된 금액은 나라 전체로 보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소유권만 바뀐 것이어서 GDP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고물품을 수리해 생겨난 가치, 부동산 중개업자의 수수료는 생산 활동으로 보아 GDP에 포함시킨다. 주식거래는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주식거래에 따른 증권회사의 수수료 수입은 GDP에 포함되는 원리와 같다.
이런 원리로 측정되는 GDP는 한 나라의 경제활동 수준은 물론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기본적으로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GDP가 높은 나라가 생활수준도 높다는 것이 전제된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국민이 더 잘사는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 나라의 GDP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란 지표를 사용한다. 이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중국의 GDP는 스위스의 10배 수준이지만 1인당 GDP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나라 전체의 경제활동 수준은 중국이 높지만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스위스가 더 높다는 의미다.
‘14일 한국은행이 정리한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규모는 9698억 달러(잠정치 기준)로 비교 대상 188개국 가운데 14위를 차지해 전년과 같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규모는 2007년 기준 9558억 달러로 비교 대상 209개국 가운데 14위에 올라 2006년 13위(8585억 달러)에서 한 단계 밀려났다.’
위의 신문기사에서는 나라 간의 경제규모를 비교하기 위해 우리가 살펴봤던 GDP와 함께 국민총소득(GNI·Gross National Income)이란 지표가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그 의미는 무엇이고 왜 추가적인 지표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우선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1인당 GDP 1500만 원은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일때 달러로 환산하면 1만5000달러다. 하지만 환율이 달러당 1200원으로 오르면 1만2500달러가, 반대로 환율이 달러당 800원으로 떨어지면 1만8750달러가 된다. 이런 경우 1인당 GDP는 같은데도 환율의 변동에 따라 외국상품을 살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은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국가 간 생활수준의 변화를 보려면 생산 금액이 아니라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득지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GNI 지표가 생겨난 것이다.
요컨대 생활수준의 국제비교를 하려면 생산량보다는 우리나라의 생산물을 팔아 외국의 상품을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생산량은 작년이나 올해 동일해 GDP가 같더라도 외국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더 많은 외국 상품을 살 수 있다. 반대로 외국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살 수 있는 양이 과거보다 줄어든다. 이와 같이 외국 상품과 우리나라 상품의 교환비율에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구매력, 즉 실질소득은 달라진다.
GNI는 이처럼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생활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의 비교는 1인당 GDP보다 1인당 GNI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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