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중시 변화 이룰지 궁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동아일보 기사(2월 9일자 참조)를 봤습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원유 함량 비중이 86%이고, 빙그레가 만드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는 80%라 품질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었죠. 제품 개발 단계에서 원유 함량을 다르게 해 제가 직접 마셔봤어요. 원유 함량 80%면 기존 바나나맛 우유와 맛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겠더라고요. 원유 함량으로 품질을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신세계가 PL 제품을 만들면서 품질은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과 똑같고 가격만 낮췄다던 말과는 다소 다른 말이었습니다.
정 부회장은 “올 8월부터 이마트 PL 제품의 등급을 저가(低價), 기존 제조업체와 동급, 프리미엄급으로 확실히 구분하겠다”며 “바나나맛 우유 고객은 영양성분이 아니라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그 접점을 찾았던 것”이라 했습니다. 여기에다 그가 “솔직히 그동안 이마트 PL 제품은 건강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 왔거든요. 앞으로 프리미엄 PL 제품을 만들게 되면 바나나맛 우유의 원유 함량을 90%로 높일 수도 있겠죠”라고 하는 데는 소비자로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신세계가 밝힌 PL 운영원칙은 ‘기존 제조업체의 시장 리딩 상품은 PL 개발에서 과감히 제외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빙그레는 국내 바나나맛 우유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업체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르면 내년부터 천연재료를 쓰지 않은 식품에 ‘-맛’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키로 하자 ‘바나나맛 우유’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이 제품에 사상 처음으로 진짜 바나나를 넣는 방법을 연구할 정도입니다. 신세계가 당초 PL사업을 하면서 ‘2, 3위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취지와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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