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 쌍용차 묶어서 매각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산은 고위관계자 밝혀
GM대우자동차와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를 회생시킨 뒤 두 회사를 묶어 국내외 기업에 되파는 방안을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출자전환 등의 방식을 통해 두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산은 수뇌부는 매각가치를 높여 조기에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2일 “GM대우의 자력 회생이 어려워져 산은이 GM대우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 경우 GM대우와 쌍용차를 묶어 국내 또는 해외 기업에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와 금융계 일각에서 GM대우와 쌍용차를 합쳐 매각하는 방안이 올해 초부터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적은 있지만 주채권은행 측이 합병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대응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산은이 이 같은 합병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GM대우가 중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반면 쌍용차는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만들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쌍용차의 ‘체어맨’ 같은 대형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1조 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만큼 합병을 통해 모든 차종을 생산할 수 있다면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안이 성사되려면 산은이 두 자동차회사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쌍용차는 법원이 기존 자본을 축소하는 감자(減資) 명령을 내린 뒤 산은이 채권을 출자전환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GM대우의 경우 미국 GM이 23% 정도의 GM대우 지분을 산은에 넘기면 산은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지만 GM 측이 ‘자체 정상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자발적 지분 매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산은 안팎에선 산은이 GM대우에 대해 갖고 있는 1조1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자본으로 돌려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GM대우의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1조600억 원에 불과해 산은은 출자전환만으로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용대인 한화증권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GM대우와 쌍용차를 묶는 방법은 주인을 빨리 찾아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기술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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